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러나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전 세계 무차별 감청을 폭로한 사실을 고려하면 미국 통신장비를 구매해도 반드시 보안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모든 국가는 평시에도 통상협상 등에서 유리한 정보를 얻으려고 통신감청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이익이 되도록 상대 국가의 기업 영업비밀 등을 사이버공간에서 훔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5G망 구축 통신장비 구매에서 특정 국가의 사이버 침해 등 안보 침해의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민간 통신장비 구입에서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사이버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 관련 부처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행하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최초’보다는 ‘최고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물론 통신사도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질 때 기술과 비용뿐 아니라 안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