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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뿌리치고 창업… “주사기 감염 문제 해결이 먼저였죠”

입력 | 2018-09-27 03:00:00

소셜벤처기업 ‘뮨’ 설립자 오광빈 씨




의료인 감염을 막기 위한 자동 일회용 주사기 분리기를 만든 소셜벤처기업 ‘뮨(MUNE)’ 설립자 오광빈 최고운영책임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찔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원 133호, 소셜벤처기업 ‘뮨(MUNE)’ 사무실은 마치 병원 비품 창고 같았다. 사무실 곳곳에는 일회용 주사기 박스들이 놓여 있었다. 어림잡아 주사기가 수천 개는 될 것 같았다.

뮨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인 오광빈 씨(29)가 주사기 한 개를 집어 손바닥만 한 기계에 거꾸로 꽂았다. ‘윙’ 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주삿바늘이 잘려 나갔다. 바늘은 바늘 전용 폐기통으로, 몸체는 일반 쓰레기통으로 자동 분리됐다. 병원 간호사들이 매일 많게는 수백 번씩 손으로 하던 작업이 불과 1, 2초 만에 끝났다.

○일회성보다는 지속적 사회문제 해결 중요


“간호사들이 주사기를 폐기하다 바늘에 찔려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려고 개발했습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뮨은 올 6월 일회용 주사기 자동 분리기 ‘앤디’를 출시했다. 콘센트를 꽂아야 하거나 자동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기존 타사 제품의 단점을 보완했다. 배터리로 작동되고 바늘 폐기와 몸체의 분리수거가 동시에 가능하다.

연세대 경영학과 10학번인 오 씨는 대학 입학 후 군 복무와 교환학생 시기를 제외하곤 틈틈이 봉사활동을 했다. 2013년 9월 봉사활동에서 만나 친해진 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찰이 가족이 없었던 할머니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오 씨에게 사망 소식을 알린 것이었다. “자기 만족감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일회성 봉사보다는 지속적인 사회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뒤 오 씨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걸 꿈꿨다. 2015년에는 해외 비정부기구에서 인턴 경험을 쌓고자 인도로 떠났다. 생각과는 달리 낯선 환경에서 전문성이나 기술이 없는 오 씨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전문성을 쌓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죠.”

○‘알리바바’ 일자리 뿌리치고 창업으로

2016년 귀국해 산업공학 복수 전공을 시작한 오 씨는 팀별로 사회문제를 찾아낸 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수업을 듣다 창업에 도전했다. 당시 오 씨가 속한 팀은 병원 내 주사기 감염 문제를 사회문제로 선정했고 주사기 자동 분리기까지 개발했다. 수업 과제로만 묵히긴 아까워 팀원들과 창업을 했다.

이때까지도 오 씨는 창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중국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 본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했기 때문이었다. 3개월간 계약기간을 마치고 ‘더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고심 끝에 귀국해 창업에 참여했다. “취업은 언제든 할 수 있을 텐데 창업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뮨에는 팀원 6명 중 3명에 의사와 간호사 출신들이 합류하면서 7명이 일하고 있다. 뮨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현재 ‘앤디’를 베트남 대형종합병원 2곳에 납품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주사기 전용 폐기통이 비싼 탓에 주사기를 음료수 페트병에 폐기하고 있어 감염 문제가 심각하다. “베트남, 몽골 등 개발도상국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오 씨는 현재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밟고 있다. “병원 내 감염 문제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돈도 벌어야 하거든요.” 창업 2년째인 신생 기업의 생존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오 씨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였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