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손실 한해 17조…경제활동하면 15조 효과
상반기 체감 실업률 11.8% 2015년 이래 최고

지난 8월 18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국가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을 마친 응시생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민간의 일자리 공급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우리 경제의 씁쓸한 뒷면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체감실업률을 가리키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8%로 2015년 집계 이래 반기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공식 실업률이 4%대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러한 지표 상승에 대해 “제조업과 도소매업에서 고용사정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가운데 공무원이나 공기업 채용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취업준비생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제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시장의 완충지 역할을 해온 도소매업에서도 일자리 사정이 나빠지면서 청년들이 공공채용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식 실업률 집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언제든 실업자로 바뀔 수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수는 2011년에서 2017년 약 40% 증가했다.

2018년도 제1회 대구광역시 지방공무원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19일 오전 응시자들이 대구 노변중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통계청은 지난 5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인 4%를 기록한 것과 관련,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작년에는 6월이었으나 올해에는 5월로 앞당겨지면서 실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지방직 시험은 9급에만 전국적으로 21만여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5월부터 실업자로 분류되면서 청년 실업률이 0.4%포인트(p) 급상승한 것이다.
지난 3월에도 공무원 시험 접수 기간이 2월 초에서 말로 늦춰지자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이 영향을 주는 지표는 실업률에만 그치지 않는다. 통계청은 8월 구직단념자(53만3000명)가 전년동월(48만2000명) 대비 10.6% 늘어나고 지난 7월 여성구직단념자가 21.3% 급증한 배경으로 공시생 증가를 꼽았다.
이러한 ‘공시생 공화국’ 현상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펴낸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공시생 양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한 해 17조1429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 공시생이 만약 취업해 경제활동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연간 15조4441억원의 생산 효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