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 두발 자유화 선언’…장발·염색·파마 허용 학생인권 강화 의지…실효성·학교자율 침해 비판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News1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울 모든 중·고등학생들은 학교구성원들이 합의할 경우 장발은 물론 염색·파마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의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를 공식 선언하고 일선 학교들이 이를 반영하도록 적극 추진키로 했다.
다만 두발 자유화는 이미 학교 현장에 안착해 이번 선언의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사안을 교육청이 일일이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 201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를 향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12조에 해당하는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구현하려는 구체적 조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에 따르면, 두발 자유화는 두발의 길이(장발·단발·삭발)나 두발 상태(염색·파마 등)를 학생 자율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단 학교구성원들의 합의는 거쳐야 한다. 조 교육감은 “학교현장은 두발의 길이는 100% 학생 자율로, 두발 상태도 학생 자율에 맡기는 것을 지향하도록 해달라”고 첨언했다.
이번 선언에 따른 두발 자유화 적용 시점도 제시했다. 조 교육감은 “이번 선언 이후 두발 길이나 상태에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학교는 2019년 1학기까지 학교구성원 간 공론화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학생생활규정(학교규칙) 개정 절차를 진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 2학기부터 서울 대부분의 학생들은 두발 길이·상태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 교육감의 이번 선언은 학생인권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두발 자유화는 학생인권보호를 위한 상징적 사안으로 꼽힌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2012년 두발 자유화를 전면에 내세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바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이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제정한 조례를 말한다.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실효성 논란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서울 전체 중·고등학교(708교) 가운데 84.3%(597교)가 두발 길이를 자유화한 상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두발 자유화는 이미 학교현장에서 공감을 얻어 안착했다”며 “굳이 교육감이 나서서 선언까지 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교 자율성과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두발 자유화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학교와 학교장에 있는데 교육감이 가이드라인을 주며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영남 미래자유교육포럼 대표(전 서울영훈고 교장)는 “두발 자유화를 포함한 학교규칙을 정하는 것은 학교와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할일이지 교육감이 가이드라인을 주고 압박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또 교육감이 학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자체도 초중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범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가이드라인을 줬다기보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을 전하는 것”이라며 “또 초중등교육법 등은 기재항목, 즉 두발을 규정하고 있지만 기재항목에 대한 내용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육감이 콘텐츠(내용)에 대해서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현재 진행 중인 ‘편안한 교복 도입’ 공론화 의제를 공개하고 정책 도입시기도 오는 2020년 1학기로 확정했다.
편안한 교복 도입은 조 교육감의 대표 공약이다. 불편한 정장이나 치마 형태의 교복 대신 티셔츠·반바지 등 활동성 있는 교복으로 바꾸자는 게 골자다. 앞서 조 교육감은 편안한 교복 도입 공약을 공론화 테이블에 올려 학교구성원·시민들의 지혜를 모은 뒤 실효성 있고 완성도 있는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론화 의제는 ‘교복으로 바람직한 복장’과 ‘학교구성원이 참여해 교복을 정할 때 학생의 의견 반영비율’ 등 2가지다. 이를 토대로 서울시교육청은 연내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학생 토론회, 숙의자료 제작, 시민참여단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쳐 교육청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들은 내년 상반기 교육청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한번 더 공론화를 거쳐 ‘학교별 편안한 교복의 정의’를 마련한 뒤 학칙도 개정하기로 했다.
송재범 과장은 “내년 상반기 편안한 교복에 대한 학교별 정의가 결정되면 교복업체의 새 디자인 마련 등 절차를 거쳐 2020년 1학기쯤 학교현장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