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만나 비핵화·북미정상회담 첫 논의 北, 비핵화 구체 협상 앞두고 핵 전문가 내세울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2018.9.27/뉴스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미 비핵화 대화의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리 외무상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다. 미 국무부는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리 외무상과의 만남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우리는 다가오는 (북미 정상 간) 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는 임무도 수행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성김 당시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실무협상을 벌이긴 했지만 고위급 대화에는 김 부위원장이 ‘원톱’으로 나서는 모양새였다.
유엔총회에서 이뤄진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은 한발 뒤로 물러나 외곽지원을 담당하던 리 외무상이 비핵화 대화 전면에 나서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유엔총회에 ‘외무상’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미가 ‘외교라인’ 채널을 통해 비핵화를 논의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확정이란 성과를 도출해낸 것은 유의미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9일 성명에서 리 외무상에게 회담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를 “나의 카운터파트”라고 지칭한 것은 리 외무상의 본격 등판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북미는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의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을 열기로 한 바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신뢰구축 조치 위주로 협상이 진행됐는데 협상이 본격화돼 비핵화의 세세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미국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이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외무상은 1994년부터 북미 대화에 관여한 정통 외교통이자 핵 전문가로 평가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저서에 따르면 리 외무상이 1990년 미국의 6개월 과정 군축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리 외무성이 본격적으로 북미 대화에 나서더라도 김 부위원장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심복으로서 그의 메시지를 전하고 남북·북미 대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협상에 어떤 북측 인사가 나설지도 관심이다. 대화의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북미 비핵화 대화는 보다 유연한 형태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