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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중국의 화해, 계속되는 여진

입력 | 2018-09-28 03:00:00

中임명 주교 바티칸서 승인 협약, “지하교회 신자 저버려” 비판 나와
교황 “협약에 고통 따르기 마련… 中주교 최종 임명권은 나에게 있다”




“바티칸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중국 ‘지하교회’ 신자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내 결정을 믿어 달라.”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26일 발트 3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동행한 기자단에 한 발언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모든 협약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박해받아 온 중국 지하교회 신자들의 희생에 감사하지만 중국은 교회에 커다란 기회를 안겨줄 수 있는 땅”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황이 언급한 ‘협약’은 22일 교황청이 발표한 중국 내 주교 임명 관련 예비 협의안을 가리킨다.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앙투안 카밀레리 교황청 외교차관이 베이징에서 만나 서명한 이 협의안에는 ‘교황의 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 정부가 임명한 중국 주교 7명을 바티칸이 정식으로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바티칸의 중국 주교 승인은 두 나라의 오랜 반목을 해소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중국 정부는 바티칸이 임명한 성직자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설립한 관영 ‘천주교애국회’ 소속 성당과 성직자만을 인정해 왔다. 1951년 바티칸이 대만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자 중국은 아예 단교를 선언했다.

그러나 중국 내에는 천주교애국회에 동조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바티칸을 따른 신자들이 적잖이 존재해 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가톨릭 신자 1200만여 명은 천주교애국회와 지하교회로 양분돼 있다”며 “지하교회 성직자와 신자들은 정부 당국의 단속으로 인한 구금 등 잦은 박해를 견뎌 왔다”고 전했다. 중국 내 지하교회는 교황청이 비공식적으로 임명한 주교들이 이끌어 왔다.

바티칸이 중국과 맺은 이번 협의안에 대해 ‘종교 자유를 탄압하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와 타협하면서 오랜 세월 은밀하게 바티칸을 따라온 신자들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NYT는 “개신교 성장세가 가톨릭을 한참 앞지르고 있는 중국에서 교세 확장의 새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교황이 얼마만큼의 권한을 포기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이 새로운 중국 주교를 선택할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지정한 후보 중에서 고르게 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황은 “중국 주교 서품(敍品·교회 공직자 임명) 여부는 대화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최종적 임명권은 나에게 있다. 모든 중국 가톨릭 신자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화합을 이뤄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