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가디언 ‘걸을 수 있는 세계 도시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보행인구가 경제활성화 도움” 차도-인도 구분없는 거리 조성
뉴질랜드 오클랜드시가 공유거리를 조성한 포트스트리트의 모습. 차도와 인도의 구분을 없애고 거리 곳곳에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사진 출처 교통 관련 블로그 그레이터 오클랜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미국의 자선단체 록펠러재단과 함께 ‘걸을 수 있는(walkable) 세계 도시들’을 소개했다.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를 차량이 점령한 상황에서 몇몇 도시들이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 만들기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 해 평균 27만여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차량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거리를 걷다가 숨지는 것이다.
1999년부터 차 없는 도시 만들기 계획에 착수한 폰테베드라는 도시 중심부의 도로를 없애고 이곳에 차량을 주차할 수 없도록 했다. 도로가 깔려 있는 도시 외곽에서도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게 해 교통사고를 줄였다. 시내 중심부 지하에 차량 1686대를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이곳에 차를 두고 도시 내부에서는 걸어 다니도록 유도했다.
영국 맨체스터시는 1월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 ‘비라인’ 사업에 착수한 이후 널찍한 인도와 양방향 자전거 도로가 깔린 청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맨체스터 정부기관 TfGM
영국의 맨체스터는 올해 초 총 1000마일(약 1600km)에 이르는 1400개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 ‘비라인(beelines·직선도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차량보다 많은 보행인구와 자전거 이용자, 벤치와 공원 같은 충분한 휴식 공간이 걷기 좋은 길의 기준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자전거 선수 크리스 보드먼이 제안한 이 사업은 인도 옆으로 양방향에 자전거 도로가 뻗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는 ‘보행인구가 경제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보행자 친화적 거리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퀸스트리트 같은 쇼핑 중심지에선 교통체증으로 한 해 1170만 뉴질랜드달러(약 86억4922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1월 발표한 이후 오클랜드의 포트스트리트에 차도와 인도의 구분을 없앤 공유거리를 조성했다. 사실상 도로의 대부분을 보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이 거리에서는 과거에 비해 보행자가 54% 늘었고 소비자들의 지출액도 47% 늘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