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성, 이름 등 정보 노출 우려…범죄 표적 피하는 ‘택배 꿀팁’ 공유 음식배달 시킬땐 아파트 경비실서 받기도
서울 송파구의 빌라에 혼자 사는 회사원 박모 씨(26·여)가 최근 택배를 주문할 때 쓰는 가명이다. 추석 연휴에 집을 비운 사이 문 앞에 놓일 택배가 걱정 된 박 씨가 한 자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 택배 받는 꿀팁’을 보고 실천에 옮긴 것. 이 글에는 △△포, ◇◇배, □□팔 등 우락부락한 남성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택배를 주문하라고 적혀 있다. 택배상자 겉면에 붙어 있는 이름 등 개인정보를 보고 여성이 혼자 산다는 것이 드러나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박 씨에게 이 꿀팁은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사를 오기 전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외출을 다녀온 박 씨의 집 현관문에는 박 씨의 실명과 함께 음란한 내용의 문구를 적은 쪽지가 꽂혀 있었다. 집 현관문 앞에 놓여 있던 택배 상자에서 범인이 박 씨의 이름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박 씨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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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175만2782가구였던 여성 1인 가구 수는 2017년 282만7000가구로 12년 만에 100만 가구 이상 늘었다. 여성 1인 가구는 범죄 위협에 노출돼 있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33세 이하 1인 가구의 주거 침입 피해 가능성을 성별로 비교한 결과 여성이 남성에 비해 1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범죄에 취약한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안전 팁을 공유하는 것으로 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본 여성들이 택배에 남성 이름을 쓰는 방법 등으로 범인에게 심리적 저지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