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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임우선]“선생님이 좋아요” 이 말을 들으려면

입력 | 2018-09-28 03:00:00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책이 있다. 일본의 초등교사 출신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가 1974년에 쓴 책으로 어린이 문학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이나 현직 교사들부터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신참내기 교사 고다니 선생이 주인공이다. 그가 쓰레기 처리장 옆 학교에 발령 나면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학생들은 ‘처리장 아이들’로 불리는데 특히 그중 데쓰조라는 아이는 정말 골칫덩이다. 툭하면 싸움에, 친구도 없고, 글도 모른다. 선생님 얼굴도 몇 번이나 할퀸 무서운 존재다.

스물두 살의 선생은 아이들 앞에서 엉엉 울 정도로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지지 않고 조금씩 아이에게 다가간다. 용기를 내 집에 찾아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사정을 알게 되는가 하면, 아이의 유일한 관심사가 ‘파리’라는 걸 알고 도서관에 가 파리에 대한 책을 몽땅 탐독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학생과 교사로서 성장해 나간다.

그 과정을 보면 교육이란 결국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됨을, 좋은 교사에겐 지적 능력에 앞서 올곧은 마음과 인내심이 필요함을 느낀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이와 사뭇 동떨어져 있다. 얼마 전 가진 한 모임에서 ‘인생에 남는 선생님’에 대해 물었다. 약 10명 가운데 기자를 포함한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혀 없다”고 했다. 10년 넘는 학교생활에서 감동을 준 교사가 단 한 명도 없다니….

더 놀라운 일도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명문 공대에 진학한 한 대학생을 만났을 때다. 학생에게 ‘인생의 선생님’을 물으니 ‘A 인강(인터넷강의)의 B 강사’란 답이 돌아왔다. “모니터를 통해서만 봤지만 B 선생님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갖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학교 선생님 중엔 없느냐”고 묻자 “네. 딱히…”라는 답이 돌아왔다. 교습 능력에서 학원 강사들에게 진 건 그렇다 치자. 인생 교육에서조차 감동을 준 교사가 없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교육계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을 강사, 교사, 선생, 스승 네 종류로 나눈다고 한다. ‘강사’는 딱 맡은 시간 동안만 가르치는 사람, ‘교사’는 학교 안에서만 가르치는 사람, ‘선생’은 학교 밖 일까지 가르치는 사람, ‘스승’은 인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사회는 교사들을 흔히 기간제, 정교사, 강사, 교수 등 신분적 프레임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엔 그저 ‘좋은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있을 뿐이다. 과연 아이들의 시선에서 좋은 선생님의 비율은 얼마 정도일까.

교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의욕이 없어서, 실력이 없어서, 촌지를 받아서, 편애를 해서, 때려서, 성희롱을 해서 등 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제도가 이런 일부 교사를 적절히 걸러내지 못하면서 급기야 교사집단 전체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요즘 학교 교사들의 ‘교육권’은 학원 강사만도 못하다. 한 교사는 “잘못한 애를 혼낼 수가 있나, 숙제 하나 마음대로 낼 수가 있나. 지금 교사들은 팔다리가 잘린 신세”라고 토로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요즘 좋은 교사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리의 교대·사대는 그에 맞는 교사를 키우고 있는지, 임용시험은 그 자질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교사들이 느끼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누가 뭐래도 좋은 교사 없이는 좋은 교육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