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문화부 기자
우리나라는 영상물의 폭력성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일부 저명한 감독의 작품에서 폭력성은 예술적 성취의 일부로 이해되기도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르 클레지오도 “한국 영화의 큰 축은 폭력성”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강도와 표현이 갈수록 자극적이고 거칠어지면서 경계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 전반적으로 폭력성 자체에 둔감해지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이 장면을 보자. 물기 젖은 어두운 거리를 걸어가던 남자가 갑자기 총성과 함께 쓰러진다. 죽은 남자의 머리가 지면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이 클로즈업 된다. 무슨 일인지 커피숍 안의 여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도 머리에 총을 맞고 차례로 목을 꺾으며 넘어간다. 총소리가 한 번씩 날 때마다 효과음과 슬로모션으로 죽음이 강조된다. 거리는 곧 시체 더미로 가득 찬다. 심지어 횡단보도에 널린 시신들을 카메라가 천천히 훑으며 지나간다.
사실 금연광고는 유독 불편하고 불쾌한 것이 많다. 혐오감을 주는 것이 흡연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때문이다. 해외의 금연광고도 독하다. 하지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혐오감을 차용하는 것과 무차별적 폭력성까지 용인한 것에는 차이가 있다. 금연광고는 흡연자뿐만이 아니라 비흡연자부터 어린아이들까지 온 국민이 함께 보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는 관람 등급이라도 있지만 광고는 속수무책이다.
새로운 금연광고가 방영 중이다. 흡연이 타인에 대한 갑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흡연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공익성’을 띠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적 묘사나 흡연 장면 노출의 부작용까지 무시해버리는 것은 다른 의미의 갑질일 수도 있다. 금연광고의 독한 기조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그 폭력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선희 문화부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