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355만명… 2위 ‘명당’의 두배 ‘토산 전투’, 中 정사 바탕 재현… 공성전 등 영화적 상상력 많아 설현 모델은 연개소문 여동생
성주 양만춘(조인성)의 단검 전투 장면. 움직임을 미리 입력한 로봇암과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했다. 배우와 감독 그리고 기계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장면으로, 수차례 리허설 끝에 탄생했다. NEW 제공
올 추석 연휴 극장가 대작 경쟁의 승자는 고구려 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안시성’이 차지했다. 개봉 8일째인 26일 ‘안시성’은 누적 관객 수 355만318명으로,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56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2위인 ‘명당’은 167만3626명, 3위 ‘협상’은 131만2250명이 봤다.
기존 사극이 조선시대 사대부의 갈등이나 왕을 중심으로 한 정치를 다룬 것과 달리 ‘안시성’은 호전적 무사들의 치열한 전투 장면을 내세운 신선함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사료가 부족한 고구려가 배경인 만큼 개별 전투 장면은 영화적 상상력이 다수 가미됐지만 안시성 전투는 기록이 남아 있어 고증 과정에도 관심이 간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 ‘토산 전투’, 정사에 남은 기록
‘안시성’ 제작진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와 중국의 구당서, 신당서, 그리고 야사와 중국 경극 등 다양한 사료를 참고했다. 당 태종이 이끄는 군이 안시성을 포위한 채 60일 동안 토산을 쌓아 공격하다 토산이 무너지면서 기습당해 패배했다는 중국 정사 기록이 핵심이다.
거대한 산을 뒤에 둔 견고한 요새 같은 안시성의 모습은 중국 만주에 남아 있는 고구려 산성 터를 참고했다. 처음에는 안시성으로 추정되는 ‘영성자산성’을 모델로 고려했지만 산성 높이가 낮아 높은 산에 바위가 둘러싸고 있는 ‘오녀산성’과 삼국사기에 안시성으로도 불렸다는 ‘환도산성’을 선택했다. 산성을 직접 찾은 제작진은 “만주 지역 고구려 산성 터는 별다른 관리가 없어 찾기가 어려웠고, 인근 주민이 성벽 돌을 빼 담을 만드는 등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극 중 설현(백하 역)이 여성 부대를 이끄는 것은 연개소문의 여동생 ‘연수정’에서 착안했다. 연수정의 일화는 중국 경극에 등장하는데, 연개소문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연수정의 부대가 신하를 죽였다거나 당 태종의 보급선을 불태웠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실제 안시성 전투에서 여군 부대가 있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상상력을 더해 비교적 가벼운 무기인 쇠뇌(석궁)를 이용하는 부대로 설정했다.
전투의 미래를 점치는 역할의 신녀(정은채)는 고구려 요동성에서 주몽신을 섬기는 신녀가 창과 방패를 지키며 전쟁의 승리를 기원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한다. 영화에서는 창과 방패 대신 주몽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활이 신물로 등장한다.
영화 ‘매드맥스’처럼 서사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에 중점을 둔 ‘안시성’은 촬영 기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초당 1000프레임까지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동 가능한 장비 ‘로봇암’에 부착해 화면 각도가 움직이는 슬로모션 장면은 압권이다. 영화 ‘킹스맨’의 전투 장면에서도 비슷한 촬영 기법이 사용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