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국면 살아났지만 핵심 쟁점서 여전히 이견 ‘정정협정 유지’ ‘정치적 선언’ 불구, 美요지부동
‘비핵화-체제보장’을 놓고 벌어지는 북미 간 대화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동력 삼아 다시 살아났지만 핵심 쟁점인 종전선언에 대해선 이견을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미 정상들은 지난 24일 뉴욕 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조치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는 뉴욕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접점 찾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적대관계 청산의 첫 단계로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조야에선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말만 했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Δ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Δ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Δ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Δ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이 핵심 내용인 싱가포르 선언의 정신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고 수차례 비난해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당치 않은 신뢰 타령으로 더러운 정치적 야욕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종전선언은 조선(한)반도에서 핵전쟁 근원을 들어내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북미 간 중재자 혹은 촉진자로서 우리 정부는 북미에 한발씩 양보할 것을 요구하며 미국의 우려를 달래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국민 보고’에서 종전선언이 마치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유엔사 지위 해체, 주한미군 철수 압박”은 평화협정에 의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성 정치인들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밥 코커 상원외교위원장(공화. 테네시)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종전선언은 이른 시일 내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이에 도달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며 “종전선언을 위해 요구되는 것들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을 목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팀 케인(민주. 버지니아) 상원의원도 종전선언이 협상 의제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은 미국이 북한에 무언가를 제공할 시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4일 사설에서 북핵 위협 제거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은 힘들지만 종전선언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다 보니 진보진영 일각의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진보 성향의 한 학자는 “미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종전선언 내용을 모르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가서 종전선언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해 부족도 있지만 정말 해주기 싫은 것이다”며 “미국의 비핵화 속도 조절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수단화 시켜서 자신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미중 관계에서 카드로 쓰려는 목적이 크다. (비핵화가) 자신들의 속도에 맞춰서 가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카드 하나 잃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군산복합체는 북핵 위협이 있어야 무기를 팔 수 있다. 이것을 기득권층이 국가 이익이라고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약속했지만 미국이 말을 바꿨다는 것이 정설이다”며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둬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 성취를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믿을만한 행동을 취하면 (미국은) 허들을 또 높이고 골대를 옮긴다. 지금 허들을 넘는다고 없어지겠나”라고 반문하며 “트럼프는 미국 내부와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