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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고 얻어맞고…주취폭력에 안전지대 없다

입력 | 2018-09-28 10:07:00

응급실 알코올환자 매일 4명꼴…“치료거부에 위협도”
소방관 폭행 89%, 경찰관 공무방해 71%가 주취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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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A씨는 서울의 한 대학 신입생환영회에서 술을 먹다 심하게 취해 인근 시립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간호사들이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하고 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거부하며 침대에서 내려오겠다고 고성을 질렀다. 계속 처치를 하려 했더니 간호사에게 심한 욕을 하기도 했다.

#.올 2월 중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B씨는 입국 당시 만취 상태였다. 수상한 점이 있어 세관에서 그에게 검사를 요구하자 자신을 범법자 취급한다며 큰 소리로 욕을 하며 거부했다. 계속 술에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면서 급기야 상의를 탈의하고 난동을 부리다 공항경찰에게 연행됐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주취 폭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올 4월에는 한 119 구급대원이 구조활동에 나갔다가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쓰러져 한달 뒤 사망한 사건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서울의 한 시립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평소 알코올중독인 환자들이 많이 온다”며 “이들은 이성이 마비돼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일상이고 때로는 간호사, 의사를 발로 차고 날카로운 물건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 상황을 수습하러 온 청원경찰조차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의료진이 처치를 해서 술이 깨 퇴원한 뒤 다시 술에 잔뜩 취해서 실려오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하루에 3~4번씩 응급실에 드나드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이 병원 응급실의 알코올환자 접수건수는 총 1504건이다. 한달 평균 125.3명, 하루 평균 4명 이상이 만취해 응급실에 실려오는 셈이다. 특히 이 병원은 주변에 대학교가 많아 신입생 환영회가 있는 3월과 4월에는 학생 주취 환자들이 많이 온다는 설명이다.

이 간호사는 “학생들이 대체로 얌전하게 치료를 받지만 그중에는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기도 한다”며 “시간이 지나 정신이 들어도 머쓱해서 사과 한마디 없이 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소방관이 주취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년반 동안 발생한 소방관 폭행사건은 663건에 달한다. 올 상반기 폭행건수는 9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늘었다. 3년반 동안 전체 폭행건수 가운데 가해자가 음주상태인 경우는 89%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경찰관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검거된 공무집행방해사범 6만3347명 가운데 71%(4만4956명)가 술에 취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

대민 접촉이 많은 구청 공무원도 주취 민원인에게 시달릴 때가 있다. 서울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직원은 “숙직을 설 때 밤새 전화로 욕을 한 주취 민원인이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