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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女 “피의자, 거짓말탐기지 ‘거짓’ 반응…2차가해 철저 대응”

입력 | 2018-09-28 16:09:00

청와대 청원글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불거진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심경을 밝혔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발생했다. 가해자인 남성 A 씨는 식당을 떠나는 일행을 배웅한 후 다시 돌아가는 과정에서 다른 여성 손님 B 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8일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수사보고에 따르면 피의자 A 씨는 조사 때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거짓 반응'으로 나왔다. 단 A 씨 측 국선 변호사가 해당 결과를 동의하지 않아 법정에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수사보고에 따르면 담당 검사가 A 씨에게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알리고 피해자와 합의 의사를 물었다는 기록도 있다. A 씨는 사건 당일 폭탄주 15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또 A 씨는 수사 때 '피해자의 오른쪽 엉덩이를 움켜쥔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CCTV를 보기 전까지는 전혀 접촉도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CCTV를 보니까 접촉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제 손이 무언가에 닿았다고 인식하지 못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B 씨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날은 친구 결혼식이었고 곰탕집에 간 것은 피로연 2차였다. 1차 피로연 장소에서 걸어서 갈 곳을 찾아 식사하자 해서 갔다. 나는 그날 그 곰탕집에 처음 갔다. 우리 일행이 10명 정도 돼 카운터 맞은편 방으로 자리를 잡았고 음식이 막 나왔을 때 나는 화장실을 가려고 방을 나왔다. 화장실을 다녀 돌아오는 길에 가해자 일행이 카운터 앞에 서 있는걸 보고 몸을 옆으로 틀어서 방문(미닫이)앞에 섰을 때 그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졌다. 순간 너무 불쾌했고 화가 나서 바로 돌아서서 왜 만지냐고 항의했다. 그랬더니 남자가 화를 내듯 '저요? 제가요?'라며 내 쪽으로 다가왔고 그 모습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라고 했다 .

이어 "둘이 그렇게 큰소리가 나면서 그 남자 일행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고 나와 그 남자 쪽으로 다가오면서 동그랗게 나를 둘러싼 모양이 됐다. 그때 마침 담배를 피우러 나오던 내 일행이 나를 발견해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싸움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싸움이 커지면서 가게 종업원 또는 손님 중 누군가 신고했다. 지구대가 출동하면서 가게 밖으로 모두 나와 사건 경위를 설명하는데 가해 남성이 없었다. 사건에 관련된 모두가 지구대에 가서 한 시간 남짓 진술하고 조서를 쓰고 집으로 귀가할 때쯤에야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손이 그냥 스치거나 착각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 남자 손이 내 오른쪽 엉덩이를 잡았다가 놓았다. 실수로 닿거나 부딪친 것과 달랐다. 고의로 엉덩이를 잡았기에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잡는 순간 바로 뒤돌았고 따졌다. 어릴 때 학교에서 성교육 받을 때 성추행 당하면 당황하지 말고 바로 적극 대처하고 큰소리로 얘기하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 (남자는 그냥 손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라고 하는데?) 어려운 자리여서 손을 모으고 있었다고 하는 기사를 봤다. 그러면 왜 내 주변에 와서 갑자기 팔을 펼친 건지 모르겠다. CCTV를 보면 나를 지나면서 팔을 벌렸다가 나를 지나고 다시 모으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를 만진 후 손을 반사적으로 모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B 씨는 경찰조사를 받았을 때도 '손모양'을 몇 번이나 재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굉장히 빠르게 손이 들어왔다. 빨랐지만 노골적으로 엉덩이를 잡았고 고의적인 추행이 분명했다. CCTV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론 입구가 생각보다 넓었고 내가 몸을 옆으로 틀고 있어서, 장소가 좁아 지나가다 불가피하게 닿거나 스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1초가 되었든 0.5초가 되었든 그렇게 만지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처음 지구대에 갔을 때 CCTV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A 씨의 아내가 '보배드림'에 B 씨가 합의금 1000만원을 요구했다는 글을 쓴 것에 대해선 "처음부터 나는 '사과 없는 합의'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변함없다. 1000만원이라는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황당했다"라며 "변호사에 따르면 A 씨 측이 먼저 300만원을 제시하면서 합의를 요구해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변호사가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겠냐고 물었더니 '강제추행한 혐의는 인정하지 않지만 물의를 일으켰기에 합의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변호사가 우리 의뢰인은 사과 없이는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이후에는 합의금 관련 어떤 얘기도 없었고 나중에 그쪽 변호사가 사임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돈이 목적이었다면 내가 굳이 10개월 동안 자비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지금까지 사건을 진행해 왔겠나. 비용도 비용이고 경찰,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수차례 같은 질문에 답하고 성추행 당한 당시의 손모양까지 직접 흉내 내 보이고 왕복 10시간을 운전해 부산까지 가서 증언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내게도 쉽지 않았다. 돈 때문이라면 내 시간과 비용을 이렇게 쓸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A 씨의 아내가 쓴 청와대 청원 글에 대해선 "아내가 쓴 글은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글이었다. 10개월 동안 그 사건을 모르다가 남편이 구속된 걸 법원에서 통보받고 찾아가 남편에게만 들은 주관적 얘기를 마치 사실처럼 올린 것 같다"라며 "밖에 나가기가 무섭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글로 인해 실제 사실관계와 조사과정은 무시됐고 제3자들이 사건을 판결하고 나를 ‘꽃뱀’ 또는 ‘정신병자’로 만들었다. 10개월이나 되는 재판도 힘들었지만 처음 2차 가해가 시작된 뒤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 한없이 무너졌다. 나로 인해 가족들이 고통받는 게 제일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B 씨는 2차 가해로 인해 가족들과 끔찍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와 내 지인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CCTV영상이 하루에도 수십 번 언론에 공개됐고 기사 댓글엔 ‘꽃뱀’부터 성적 모욕,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수두룩했다. 2차 가해가 점점 심해져 지인 중 한명이 이메일 주소 하나를 공개해 2차 가해성 댓글을 아카이빙 하는데, 받은 이메일이 700개가 넘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를 성추행한 남성에게 ‘어차피 인생 망쳤는데 저 여자 찾아내서 죽여라’는 댓글도 있다. 처음에는 댓글을 보고도 ‘지난 10개월 간 피해사실에 대해 수차례 진술하고 이미 몇 번의 재판을 거쳤기에 굳이 내가 나서 여론에 해명하고 호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상황이 너무 무섭고 끔찍해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그 곰탕집에 가지 말걸’, 별별 생각을 다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기사가 나오고 사건이 점점 이슈가 되며 내 입장을 밝히고 2차 가해에 대응도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B 씨는 A 씨를 향해 "사건 발생 처음부터, 내가 원했던 것은 딱 한가지뿐이다. 사과. 당신이 한 일을 인정하고 사과해라. 그 이후에 합의든 뭐든 이야기 하자는 것이다. 현장에서 바로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원한 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그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13일 A 씨의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이 글은 28일 오후 4시 10분 기준 30만9277명의 동의를 얻었다. 답변 기준 수인 20만명이 넘으면 정부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