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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천국의 땅 시칠리아로…’ 85세에 떠난 특별한 여행

입력 | 2018-09-29 03:00:00

◇시칠리아에서 본 그리스/강인숙 지음/412쪽·2만3000원·에피파니




단순 여행기라고 치부하기엔 어딘가 특별하다. 85세인 저자가 찬란한 태양, 일 년 내내 춥지 않은 날씨, 꽃이 많이 피는 탓에 ‘천국의 땅’이라고 불리는 시칠리아를 여행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용하고 느리다.

10대에 6·25전쟁을 겪은 저자는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그래서 줄곧 이민자, 이웃나라의 침략에 고초를 겪은 시칠리아에 동질감을 느낀다. 반도국인 한국과 섬나라인 시칠리아를 지리적으로 분석하고 한국과의 유사성, 차이점을 찾는다. 정처 없이 시칠리아를 떠도는 그가 묘사하는 자연의 풍광도 읽는 재미가 있다.

노년의 여행인 만큼 준비 과정, 시행착오 등 현실적 어려움도 담겼다. 자신이 집을 비우는 동안 혼자 있을 남편(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대한 미안함, 집안일에 대한 걱정, 마음 같지 않은 건강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방문이 될지 몰라서일까. 저자는 시칠리아에 도달하자마자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했다.

“다시는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여행하는 시간들이 아주 귀하게 느껴졌다. 시칠리아는 자연이 더없이 아름다웠고, 도시마다 다양한 양식의 건물들이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