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에서 본 그리스/강인숙 지음/412쪽·2만3000원·에피파니
10대에 6·25전쟁을 겪은 저자는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그래서 줄곧 이민자, 이웃나라의 침략에 고초를 겪은 시칠리아에 동질감을 느낀다. 반도국인 한국과 섬나라인 시칠리아를 지리적으로 분석하고 한국과의 유사성, 차이점을 찾는다. 정처 없이 시칠리아를 떠도는 그가 묘사하는 자연의 풍광도 읽는 재미가 있다.
노년의 여행인 만큼 준비 과정, 시행착오 등 현실적 어려움도 담겼다. 자신이 집을 비우는 동안 혼자 있을 남편(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대한 미안함, 집안일에 대한 걱정, 마음 같지 않은 건강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방문이 될지 몰라서일까. 저자는 시칠리아에 도달하자마자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