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美-中 균열
최근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과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한반도로 날아왔던 ‘B-52 무력시위’의 타깃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어 주목된다. 미중 두 정상이 쌓아 온 개인적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 등 무역전쟁으로 불거진 미중 충돌이 군사 안보 정치 등 전방위로 번지면서 미중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중국해에서 B-52 무력시위가 진행된 26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며 중국의 11월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까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미국의 무력시위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남중국해에서부터 시작됐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이 26일 기자들에게 “B-52가 남중국해 인근에서 정기적인 연합작전에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B-52 훈련 날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중국은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 런궈창(任國强) 대변인은 27일 “미 군용기가 남중국해에서 도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사설에서 “미국이 B-52의 남중국해 비행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이는 중국과 세계에 들으라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최근 “수십 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남중국해 해상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점을 최근이라고만 밝혔으나 B-52 폭격기의 남중국해 비행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다음 달 10∼1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 때 욱일기(旭日旗)를 게양하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욱일기는 1954년 해상자위대 발족 때부터 자위함 깃발로 채택됐으나 옛 일본군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1998년과 2008년 한국에서 열린 관함식 때 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 전례가 있어 막기도 쉽지 않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이는 비상식적인 요구”라며 “욱일기를 내려야 한다면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