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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대피때 열어둔 문, 피해 확산시키는 주범”

입력 | 2018-09-29 03:00:00

서울소방본부, 실제실험 통해 확인






6월 15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강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다. 2층 안방에서 난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1, 2층에 있던 3명은 불이 난 뒤 바로 대피했지만 3층에 살던 80대 노인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소방당국은 불이 났을 때 2층 현관문이 열려 있어 화염과 연기가 3층으로 빠르게 번졌고 A 씨가 제때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2차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소방당국은 ‘불이 나 대피할 때에는 정신이 없더라도 현관문을 꼭 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제공

서울시소방재난본부는 최근 문이 열려 있을 때 화재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을 하고 28일 결과를 공개했다. 18일 진행된 실험은 서울 은평구 재개발지역 내에 있는 실제 다세대주택의 101, 102호에 동시에 불을 내고 확산 양상을 비교했다. 101호 현관문은 화재 뒤에도 열어 뒀고 102호에는 출입문 자동개폐 장치를 달아 현관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했다.

약 5분이 지나자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102호의 내부 온도는 800도까지 올라갔다가 불꽃이 점차 잦아들었다. 문이 닫혀 있어 외부의 공기가 집 안으로 유입되지 못하면서 산소가 부족해 자연스럽게 불이 잦아든 것이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제공

반면 101호 내부는 온도가 1300도까지 올라가며 활활 타올랐다. 문으로 빠져나온 화염과 연기는 2, 3층으로 빠르게 번졌다.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도 연기가 들이찼다. 불이 난 지 약 5분 30초가 지난 뒤 가상의 대피자가 301호의 문을 열자 연기가 순식간에 온 집 안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측정 결과 1분도 되지 않아 공기 중 산소 농도가 16% 이하(평소에는 약 21%)로 떨어졌고 일산화탄소(CO) 농도가 500ppm으로 치솟았다. 사람이 흡입하면 호흡이 빨라지고 두통을 겪게 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연기가 시야를 가려 대피하기 어려웠다. 문을 열어 놓고 대피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실제 실험으로 다시 입증된 셈이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실험 결과를 화재로 인한 2차 인명 피해 예방 대책 수립과 시민 안전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