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비지스의 ‘I started a joke’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버지의 가장 큰 팬은 어머닙니다. “요즘 우리 남편이 60년 동안 같이 살아온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니까?” 하시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시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발전하셨겠죠. 발전의 가장 큰 동기는 중요한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이니까요. 저라면 제가 나서기보다는 무대에 선 사람들에게 지지적인 심사위원이 돼 주거나 눈치 빠른 응원단이 돼서 얕은 인기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냥 생각만 합니다.
아버지는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 근무를 시작한 손자를 위한 농담도 준비해 오셨습니다. “어떤 할머니 남편이 돌아가셨어. 구청에 가서 사망신고를 하러 왔다고 했더니, 어리바리한 공익요원이 ‘본인이세요?’ 하더란다!” 모두 약간 과장하여 박장대소하는데, 아들은 구시렁거립니다. “에이∼, 그런 공익요원이 어딨어요?” 실제로 공익요원이 이런 행동을 했거나, 유명인이 그런 조크를 했다면 난리가 났겠죠.
유머는 정서적 안정감만이 아니라 신체적 건강도 향상시켜 줍니다. 통증을 이겨내는 힘과 면역력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높이고, 의사소통 능력, 자신감을 향상시켜 삶의 만족감과 질을 높여주죠. 유머는 생활환경 및 역할의 변화를 겪으며, 새로 속하게 된 집단의 구성원들과 친해져야 하는 삶의 전환기에 큰 역할을 합니다. 아버지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계신 것입니다.
하지만 유머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유머는 오늘 소개하는 노래의 가사처럼 “내 조크에 사람들은 울고, 난 내가 한 말들에 손을 베었지”라고 후회하게 만들죠. 긍정적인 유머는 △긴장감을 감소시키고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하는 관계 친화적인 유머 △힘든 상황에서 웃기거나 엉뚱한 부분을 찾아내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자아 발전적 유머입니다. 부정적인 유머는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해 빈정거리는 공격적인 유머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 웃음을 얻는, 슬랩스틱 같은 자멸적인 유머죠.
긍정적인 유머를 잘 쓰려면 원래 융통성이 많거나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유머는 타이밍과 상황 판단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부정적인 유머라고 해도 나를 바보로 만드는 쪽이 이롭습니다. 최소한 더 명랑하고 편하다는 평가는 얻으니까요. 버럭 화를 내지 않고 ‘인내’하며 밝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타인들을 돕는 ‘이타적인 삶’을 살고, 쓸모없는 것을 필요한 것으로 ‘승화’시키고, 경직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것들을 함께 웃어넘길 수 있는 자제력, ‘유머’가 있다면 인생은 훨씬 더 수월해질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타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을 받겠죠. 아버지, 존경합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