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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홈쇼핑 편성도 바꾸는 날씨

입력 | 2018-09-29 03:00:00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이제는 유통 분야에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온라인 마켓이다. 더불어 최근 국가적 재난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이슈는 온라인 유통 마켓 성장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며 울상이지만 당당히 온라인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곳이 바로 홈쇼핑이다. 현대 상업 쇼핑의 총아라 할 수 있는 홈쇼핑은 백화점과 할인점을 그대로 집으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또 온라인처럼 시간적, 공간적 편리함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 제공 측면에서 온라인을 뛰어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홈쇼핑의 역사는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첫해 34억 원으로 시작했던 홈쇼핑 매출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2년 4조 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2016년 기준 약 12조 원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던 홈쇼핑이지만 온라인 유통 채널의 등장과 함께 2010년부터 각종 지표에서 물음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홈쇼핑 업계는 날씨경영을 통한 전략적 대응으로 돌파했다.

통상적으로 홈쇼핑 업계는 30일 전에 편성표를 구상하고 15일 전에 확정한다. 이러한 홈쇼핑 편성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날씨 예보다. ‘무엇을’, ‘언제’ 팔 것인가라는 홈쇼핑의 기본 명제를 구상함에 있어 날씨 정보를 이용한 날씨경영은 기본적인 상황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날씨에 따른 매출의 등락 폭은 평균 대비 10∼30%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홈쇼핑의 주 고객층이 여성, 그중에서도 전업주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주부가 많아 매출이 늘어나는 반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 나들이를 나가는 주부가 많아 매출도 감소한다. 이에 홈쇼핑 C사는 사내 지식정보시스템의 날씨 정보를 주간, 월간 상품 편성과 시즌성 상품 개발, 신상품 출시 시기 조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날씨 정보를 활용해 이미 확정된 편성표도 그대로 두지 않는다. 편성표 틈틈이 비어 있는 예비 편성 시간을 만든 뒤 실시간으로 변하는 날씨에 맞는 맞춤형 판매 방송을 전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고객의 니즈에 더 다가선다.

홈쇼핑에서 날씨 정보는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먼저 홈쇼핑 업계는 날씨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기 어려운 협력업체에까지 개방해 협력업체가 날씨에 맞는 물류 조정 시기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등 날씨 경영을 홈쇼핑 업계 전체로 확대했다. 또 방송 진행 핵심 인력인 MD, PD 등의 교육 실습에 날씨경영 강좌를 만들어 날씨에 맞는 상품의 긴급 편성과 마케팅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날씨 정보 활용은 홈쇼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황사나 미세먼지, 태풍과 이상기온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날씨를 날씨경영으로 적극 활용해 거센 온라인 유통의 파고에 적절히 대응한 홈쇼핑의 사례는 유통 시장의 또 다른 생존 사례가 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