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국내에서 홈쇼핑의 역사는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첫해 34억 원으로 시작했던 홈쇼핑 매출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2년 4조 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2016년 기준 약 12조 원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던 홈쇼핑이지만 온라인 유통 채널의 등장과 함께 2010년부터 각종 지표에서 물음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홈쇼핑 업계는 날씨경영을 통한 전략적 대응으로 돌파했다.
통상적으로 홈쇼핑 업계는 30일 전에 편성표를 구상하고 15일 전에 확정한다. 이러한 홈쇼핑 편성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날씨 예보다. ‘무엇을’, ‘언제’ 팔 것인가라는 홈쇼핑의 기본 명제를 구상함에 있어 날씨 정보를 이용한 날씨경영은 기본적인 상황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날씨에 따른 매출의 등락 폭은 평균 대비 10∼30%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홈쇼핑의 주 고객층이 여성, 그중에서도 전업주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홈쇼핑에서 날씨 정보는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먼저 홈쇼핑 업계는 날씨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기 어려운 협력업체에까지 개방해 협력업체가 날씨에 맞는 물류 조정 시기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등 날씨 경영을 홈쇼핑 업계 전체로 확대했다. 또 방송 진행 핵심 인력인 MD, PD 등의 교육 실습에 날씨경영 강좌를 만들어 날씨에 맞는 상품의 긴급 편성과 마케팅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날씨 정보 활용은 홈쇼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황사나 미세먼지, 태풍과 이상기온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날씨를 날씨경영으로 적극 활용해 거센 온라인 유통의 파고에 적절히 대응한 홈쇼핑의 사례는 유통 시장의 또 다른 생존 사례가 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