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의 한 수]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CIO
채권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올해 3월부터 국내 주식 운용도 총괄하게 된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은 “고객이 평생 보유하고 싶은 펀드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국내운용부문 CIO(최고운용책임자·부사장·49)의 얘기다. 그는 “초기에 주식 투자에서 재미를 본 건 시장이 좋았기 때문이었는데도 내가 잘해서인 줄 알고 기고만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채권 금리는 14%로, 5년이 되면 원금의 두 배가 되는 수준이었는데 대박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하고 바보짓을 했다”고 고백했다.
서 부사장을 수렁에서 구한 것은 채권 펀드매니저로의 변신이었다. 빚에 시달리던 그는 연봉을 더 받기로 하고 1998년 자회사인 삼성투신운용(현 삼성자산운용)으로 옮겨 채권 운용을 시작했다. 채권 운용은 주식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채권 가치투자 원리는 단순하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경우 시장 흐름을 예측해 투자하는 모멘텀 투자자들은 만기가 짧은 채권을 선호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채권의 가치를 평가해 기대수익률이 낮은 채권은 팔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채권은 매입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엔 법적으로 투자 가능한 비상장 주식 중 채권형 주식을 발굴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외환위기 때 입었던 손실도 복구했다. 서 부사장은 “채권은 미래가치가 정확히 확정된 반면 주식은 미래가치를 알 수 없다”면서 “미래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고 그런 주식이 채권형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그가 채권형 주식으로 발굴해 현재도 보유 중인 종목이 한국증권금융㈜. 이 회사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7∼11%대로 유지하는 데다 주가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당 500원 안팎의 배당도 매력적이었다.
2008년 초 출판된 그의 저서 ‘왜 채권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과거 자신과 같은 투자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뜻을 담았다. 그는 이 책의 개정판을 10월에 낼 예정이다.
그는 채권형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아 인컴을 극대화한 혼합형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꾸준하게 수익을 내는 절대수익 추구가 목표다. 그는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판매 수수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우선시할 예정”이라면서 “최근 국내 주식이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인데도 공모형 펀드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데 펀드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최근 성과만 집착하면 스스로 착시에 빠진 것 ▼
서준식 부사장이 해주는 조언은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왔기에 이론을 넘어서는 정보와 신뢰가 담겨 있다. 특히 과거 자신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내용이라며 그가 들려준 내용들은 일반투자자라면 금과옥조처럼 여길 필요가 있어 보였다.
○ 투자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는 탐욕과 공포에 휩쓸리기 쉬운 인간의 본성은 절대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결국 자기 나름의 투자 원칙과 룰을 먼저 정립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펀드 투자에서도 운용 철학이 확실한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했다. 운용 철학이란 ‘나는 이렇게 돈을 벌겠다’는 내용을 확실하게 얘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두루뭉술하게 ‘장기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겠다’란 식으로 얘기하는 펀드에 투자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서 부사장은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리 투자 철학과 원칙이 훌륭해도 시장 변동에 흔들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이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뚝심이 중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철학과 원칙이 흔들리면 시장을 뒤따라가기 바쁘고, 결국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펀드 투자에서도 운용 철학과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는 펀드는 경계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 편향을 피하라
그는 “인간에겐 과거 사건이나 관찰 결과보다 최근 것을 훨씬 두드러지게 기억해내는 ‘최근성 편향’이 있다”면서 “펀드 투자에서도 최근성 편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성과가 좋은 펀드는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이를 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또 “특히 그동안 좋지 않았던 성과가 최근 들어 갑자기 좋아진 펀드는 반드시 피하고, 대신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내오다 최근 들어 부진에 빠진 펀드는 오히려 매수해 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