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기분 좋은 ‘양성 스트레스’
2008년 ‘스트레스 제로 운동법’이란 책을 썼다. 좋은 스트레스인 운동을 통해 나쁜 ‘스트레스’를 없앤다는 뜻으로 제목을 달았다.
다 알다시피 우리 몸은 쓰지 않으면 퇴화된다. 나이가 먹으면서 각종 퇴행성 질환이 나오는 이유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Theory of Use and Disuse·생물에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있어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 한다)’이 우리 몸엔 딱 들어맞는다. 우리 몸은 자주 써야 모든 기관이 건강해진다. 발이나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을 경우 단 몇 달 만에 양쪽 근육의 힘에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용불용설에 맞는다.
우리 몸은 적당한 스트레스를 줘야 제대로 발달한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다. 걷고 달리는 것, 무엇을 들어 올리는 것, 던지는 것 등 모든 동작은 우리 신체 근육과 관절, 인대 등에 스트레스를 준다. 운동생리학적으론 부하(負荷·Load)라고 한다.
스트레스(Stress)는 사실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 박사가 처음 명명한 말이다. 해로운 인자나 자극을 ‘스트레서’(Stressor)라 하고, 이때의 긴장 상태를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는 스트레서를 가했을 때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단계를 3단계로 나누고 이 증후군을 ‘일반적응증후군’이라고 했다.
1단계는 경고반응기로 인체가 스트레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을 나타내는 시기로 1~48시간 안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체온 및 혈압 저하, 저혈당, 혈액농축 등 쇼크가 나타나고 다음에는 그것에 대한 저항이 일어난다. 2단계는 저항기로 경고반응기를 지나고도 계속 스트레서에 노출되면 저항기로 이행된다. 3단계는 피폐기로 스트레서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생체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죽게 되는 단계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무조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신체와 정신에 활력을 준다. 스트레스는 자극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나 다른 호르몬이 혈중 내로 분비돼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반응, 위험에 대처해 싸우거나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란 용어를 처음 쓴 셀리에 박사는 실험을 통해 운동이란 양성 스트레스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악성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줬다.
셀리에 박사는 10마리 쥐에게 환한 빛과 큰 소음, 전기 충격 등의 스트레스를 한 달 동안 계속 가했는데 놀랍게도 10마리 쥐 모두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병들어 죽고 말았다. 그런데 또 다른 10마리 쥐들에게 똑같은 악성 스트레스 환경을 가하면서 앞의 쥐들과 달리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게 했다. 한 달 후 쥐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 실험을 통해 셀리에 박사는 신체 운동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파괴의 완충 역할을 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달리기는 침울한 기분을 몰아내고 기쁨을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달리기(마라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땀에 젖은 몸에서 불현듯 전신에 퍼지는 행복감을 경험한다. 뇌에서 나온 엔도르핀 때문이다. 마라토너들이 체험하는 ‘러너스 하이’(달릴 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힘든 줄 모르고 공중에 붕 뜬 듯 한 느낌)도 엔도르핀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충만함을 만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달리게 된다. 특정 사람들의 경우 운동에 ‘마약’처럼 빠져 드는 이유다. 세계적인 건강 잡지인 ‘러너스 월드(Runner’s world)‘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적 균형과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정신적인 건강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