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제공|예스엠아트
건반 위에서 만큼이나 평소의 행보도 대담하고 도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씨. 올해는 정경화·정명화 대선배님들로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직을 이어받아 신선한 기획과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음악제를 더욱 빛나게 만들더니 곧 이탈리아 볼자노로 날아가 부조니 콩쿠르 예선심사위원장으로 맹활약해 주었습니다.
한국의 여름을 대관령에서 움켜쥐었던 손열음씨가 이제는 가을마저 ‘손열음의 계절’로 만들 생각인가 봅니다. 10월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작해 27일 원주 백운아트홀까지, 10월 한 달 동안 모두 8번의 전국투어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국투어는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투어와는 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우선 프로그램을 모차르트 일색으로 짰습니다. 손열음의 모차르트는 정평이 나 있지요. 2011년 손열음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결선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을 연주해 2등을 했습니다. 이때의 실황연주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 조회수 1100만을 달성했죠.
손열음씨와 마리너 경은 다음 레코딩을 준비 중이었는데 2016년 10월, 마리너 경이 덜컥 세상을 뜨게 됩니다. 결국 이 거장의 마지막 레코딩 녹음은 손열음씨와의 ‘모차르트 협주곡 21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제공|예스엠아트
이번 전국투어에는 마리너 경과 마지막 녹음을 함께한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억하고 그의 순수한 음악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손열음씨의 뜻과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투어를 함께 할 오케스트라를 선택하는 데에 굉장히 신중했다는 후문입니다. 클래식 음악팬들에게 ‘네빌 마리너’하면 연관검색어처럼 동시에 떠오르는 연주단체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입니다. 현대적인 감각과 새로운 각도에서 악곡을 재발견했다는 평가를 받은 명연주 단체입니다. 네빌 마리너 경은 이 연주단체와 함께 숱한 명반을 남겼습니다.
손열음씨는 ASMF와 성격이 비슷한 국내의 오케스트라를 만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과 수고 끝에 발견한 두 곳의 단체가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OES)’와 ‘솔리우스 오케스트라’입니다.
OES는 2016년 정기연주회를 본 손열음씨가 “생명력이 있는 연주가 마음에 들었고, 함께 연주하면서 젊은 오케스트라의 지향점을 모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습니다.
OES가 우연히 마주친 보석이라면 솔리우스 오케스트라는 손열음씨의 음악적 동지이기도 한 김윤지(피아니스트·지휘자)씨가 실력 있는 솔리스트들과 창단한 신생 오케스트라입니다. 김윤지씨가 소망하던 소리를 명확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네빌 마리너 경 추모 2주기에 만나는 손열음씨의 전국투어. 거장은 떠났지만, 젊은 거장은 남아 그의 음악을 이어갑니다. 마치 손열음씨와 네빌 마리너 경의 전국투어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