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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삶’ 여성이 더 만족… 50대男은 ‘뚝’

입력 | 2018-10-01 03:00:00

KB금융 1인가구 2100명 조사




562만 가구를 넘어선 1인 가구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반면 노후 대비는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1인 식당’에서 나홀로족이 ‘혼밥’을 즐기고 있다. 뉴스1

경기 수원시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 씨(43·여)는 4년 전부터 회사 근처의 전세 아파트를 얻어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30대까지는 결혼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사는 게 만족스럽다. 음악 동호회에 가입해 퇴근 후엔 취미를 즐기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리클라이너(전 자동각도 조절) 소파 등을 렌털해 부족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 다만 홀로 건강과 노후를 챙겨야 한다는 걱정에 1년 전부터 소비를 줄이고 퇴직연금과 보험 등에 매달 80만 원을 새로 넣기 시작했다.

이 씨처럼 여성 1인 가구 10명 중 7명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50대 남성인 ‘나 홀로’족은 1인 생활의 만족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1인 가구는 은퇴자금으로 평균 2억8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준비한 사람은 23%에 그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5월 서울과 경기, 광역시, 세종시에 거주하는 연소득 1200만 원 이상의 만 25∼59세 1인 가구 2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홀로 생활하는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6%를 차지하며 최대 규모로 올라섰다. KB금융의 설문조사 결과 1인 가구의 69.5%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은 전 연령층에 걸쳐 만족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1인 생활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생활 및 의사결정’(39.5%)이 1순위로 꼽혔다. 이어 ‘혼자만의 여가 활용’(33.2%), ‘가족 부양 부담 없음’(7.3%)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남성은 20대를 제외하고는 만족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지 못했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의 만족 비중은 51.4%로 50대 여성(72.6%)과 큰 차이가 났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홀로 된 50대 남성들이 식사나 요리, 청소 등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내 집을 갖고 있는 1인 가구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본인 명의의 주택을 보유한 1인 가구는 28.2%에 그쳤다. 반면 2인 이상 가구는 60.7%가 자기 집을 갖고 있다.

1인 가구의 34.2%가 전세로 거주해 가장 비중이 높았고 31.0%가 보증금이 있는 월세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월세가 많은 1인 가구의 특성상 2년 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42.6%나 됐다. 1인 가구의 주거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원 김모 씨(35·여)는 “일을 하다 보면 집에 늦게 들어갈 때가 많아 굳이 비싸고 좋은 집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인 가구는 은퇴자금으로 평균 2억8224만 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은퇴 후 20년 동안 산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약 117만 원을 쓰는 수준이다. 이는 KB금융이 분석한 한국인의 적정 노후 생활비(월 177만 원)보다 적다. 그마저도 1인 가구의 은퇴자금 준비율은 23.2%에 그쳤다.

1인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은 평균 1억2362만 원으로 은퇴준비 자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월 지출액의 절반가량을 식음료비와 월세, 관리비 등 고정 지출에 썼다. 정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인 가구의 소비 성향은 2인 이상 가구보다 높아 소비시장에서 나 홀로족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하지만 1인 가구는 은퇴 준비나 주택 구입 등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면서도 주변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