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15>‘보행중 스마트폰’ 교통사고 급증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하교 중인 초등학생이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며 걷고 있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많아 어린 학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스마트폰 사용 2시간 넘으면 사고 위험 5.8배
어린이의 신체는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 스몸비보다 ‘초딩 스몸비’가 더 위험하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뇌가 다 발달하지 않아 스마트폰에 집중할 경우 다른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보행자, 차량 등을 인지하는 게 어른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10세 미만 어린이의 시각과 청각, 인지력은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린이는 키가 작아 볼 수 있는 범위가 어른보다 좁고, 운전자가 차량 바로 앞에 있는 어린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또 어린이는 성인보다 쉽게 도로에 뛰어든다. 안전보건공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보행자 사고의 70%는 이면도로에 갑자기 뛰어들어 발생한다.
같은 사고라도 어린이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2016년 보행 중 차에 부딪혀 숨진 사람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8.5%였다. 하지만 12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보행 중 차와 충돌해 숨진 인원의 비율은 50.7%에 이르렀다. 이듬해에는 64.8%로 늘었다. 무의식중에 도로 한복판으로 나오는 어린이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영아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볼 때는 이어폰을 끼지 않았는데도 부르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할 만큼 스마트폰 게임이나 동영상에 집중한다”며 “교통 지도를 하다 보면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다시피 하다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아찔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고 말했다.
○ 세계는 ‘스몸비’와 전쟁 중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5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앱 ‘사이버안심존’에 스몸비 방지 기능을 넣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5∼7걸음 걸으면 자동으로 화면이 잠긴다. 다시 사용하려면 잠금 해제 버튼을 눌러야 한다. 해제한 뒤에도 걸으면 다시 화면이 잠긴다.
좋은 기능이지만 출시 넉 달이 지났는데도 앱을 내려받은 건수는 10만여 건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남지은(가명·43) 씨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친구들과 하루 종일 메시지를 하는 아이에게 스몸비 방지 앱을 깔면 지워줄 때까지 싸울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 추세에 맞는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위험이 줄어들도록 경고 표지판, 스마트폰 차단 앱 등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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