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차시험에 8만6455명 응시… 5년만에 倍로 껑충
《 ‘2030세대’ 8만여 명이 10월 27일 치러지는 29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했다. 2030 응시자는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로 늘었다. 과거 ‘복덕방’으로 불린 부동산 중개업은 은퇴자들의 노후 대비책으로 통했다. 이미 전국에서 10만여 명이 중개업소를 운영해 포화 상태인 부동산 중개업 시장에 젊은이들이 대거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방대에서 이공계 대학원을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한 최모 씨(37)는 2012년부터 4년간 공공기관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그러나 2년 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아 사실상 해고당했다.
이후 그의 선택은 공인중개사였다. 6개월간 고시원에서 공부에 매달린 끝에 지난해 말 최저 합격점수(평균 60점)를 가까스로 넘겨 합격했다. 그는 “지방은 부동산이 침체라 벌이가 많지 않지만 미래가 불안한 비정규직보다 복덕방 사장이 훨씬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고용 상황이 ‘빙하기’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최 씨처럼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는 젊은층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루는 부동산 중개업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2030세대’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고용 참사’의 씁쓸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인중개사 응시 열풍은 노인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60대 응시자는 2013년 2877명에서 올해 8725명으로, 70대 응시자도 233명에서 499명으로 늘었다. 취업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청년과 노인층 사이에서 공인중개사로 취업난을 뚫어보려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공인중개사 응시생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열기는 공무원시험 못지않다. 서울 노량진의 공인중개사 학원을 다니고 있는 이모 씨(30)는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최근 응시자가 늘면서 문제의 난도가 높아져 예전처럼 만만한 시험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차 최종 합격률은 31%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렵게 중개사 자격증을 딴다고 당장 취업문이 열리거나 창업이 수월한 건 아니다. 부동산 중개업이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6월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40만6072명에 이른다. 이 중 중개사무소를 실제 운영하는 인원은 10만5121명이다. 여기에 매년 합격자가 2만 명 이상 나오고, 1만 명 안팎이 중개소를 새로 열거나 문을 닫고 있다. 시장 자체는 이미 ‘레드 오션’인 셈이다.
공인중개사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 직종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인중개사는 정보기술(IT)로 대체되기 쉽고, 앞으로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라며 “자격증 취득이 취업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청년들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