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자택 및 박병대 차한성 전 대법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들에 대해 영장이 발부된 것은 검찰 수사가 양승태 대법원의 최고위층을 겨냥했음을 뜻한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차 전 대법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기각됐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연루된 각종 재판거래 및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했거나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직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사람에 대한 초유의 강제 수사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에서 사법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올 6월 기자회견에서 의혹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행정처나 대법원장이 재판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나온 바가 없다. 하지만 전직 사법부 수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청와대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가 사법부로서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판결을 흥정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행정처의 문건은 사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지금 사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갈등과 분쟁의 심판 기능을 하는 재판 제도가 흔들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