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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사법수장 강제수사’ 법원도 용인… 檢 ‘피의자 양승태’ 적시

입력 | 2018-10-01 03:00:00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前 대법원장-행정처장 압수수색




검찰이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압수수색한 것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중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년 7개월 동안 차례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무실이나 자택도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당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보강 조사를 마치는 대로 전직 대법관 일부를 소환 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첫 대법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 수차례 기각… 105일 만에 압수수색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재임 중 사법파동으로 자진 사퇴한 적은 있지만 임기를 끝낸 대법원장이 재임 당시 업무 문제로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

올 6월 18일 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수사의 초점을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들에게 맞춰왔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방침 발표 이후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문건을 분석해온 수사팀은 7월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저장된 문서와 이메일 등을 통해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지시 및 보고 체계를 통해 대법원 및 하급심 재판에 관여하고, 법관 동향을 감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은 번번이 기각됐다. 고 전 대법관 자택에 대한 영장은 8월 24일, 30일 연이어 기각된 뒤 세 번째 청구 만에 발부됐다. 양 전 대법원장 자택과 박병대 전 대법관의 자택 및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7월 25일 기각됐고, 박 전 대법관의 경우 지난달 6일 한 차례 더 기각됐다. 수차례 시도 끝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이 100일 넘는 수사를 통해 판사 등 의혹 관련자들의 진술과 임의제출로 확보한 증거물로 혐의를 어느 정도 소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자택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고 재직 당시 쓰던 관용 차량이 아닌 퇴임 후 차량을 압수수색한 게 별 소득이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주거 안정의 가치가 중요하고, 그 장소에 증거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고 전 대법관을 제외한 양 전 대법원장과 차 전 대법관, 박 전 대법관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 수사 초점… 대법원 및 하급심 관여

양 전 대법원장과 이번에 압수수색 대상이 된 전직 대법관들은 올 7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직후 “대법원 재판은 거래 대상일 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및 하급심 재판 관여 의혹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차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정부의 일제강점기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요청을 받고 최종심 결론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났고, 이후 대법원 재판이 지연됐다는 점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현직 판사의 비리가 연루된 부산 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직 대법관 3명의 재판이나 판사 징계 무마 관여 배경에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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