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수사팀 강행군에 일부 병치레
“심판과 같은 국적인 나라를 상대로 축구 경기를 하는 느낌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의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 관계자는 이같이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검찰이 특별수사부 검사들을 투입해 수사를 시작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수사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과 전직 판사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여러 차례 제동이 걸려 속도를 내지 못했다. 통상 수사는 3개월 안에 끝내야 된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이번 수사 종료 시점에 대한 전망은 점점 늦춰져 이제는 “빨라야 내년 초”라는 말도 나온다.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사팀도 확대됐다. 사건은 올해 6월 중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됐는데 특수3부가 곧 합류했고, 이어 특수4, 2부 순서로 전원 같은 수사에 투입됐다. 검찰 최정예 팀으로 평가받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4개 부서가 이례적으로 한 아이템을 수사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독립 부서인 방위사업수사부 검사와 대검 연구관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수사팀 인력은 현재 검사만 50명이 넘는다.
수사가 장기화하자 검사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일부는 병치레를 하고 있다.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3차장검사는 신경성 위염에 걸려 병원에 다니고 있고 신봉수 특수1부장은 간경화 초기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과의 회의에서 “이번 수사는 법원을 죽이려는 수사가 아니다. 법원을 살리기 위한 수사다. 법원이 무너지면 검찰도 무너진다”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