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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개막특집 ② 우리카드 전력 분석

입력 | 2018-10-02 05:30:00

우리카드 신영철(가운데) 감독은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진다”며 팀 조화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다. 상호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 감독의 신념은 우리카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사진제공|KOVO


4-7-7-5-6. 우리카드가 지난 5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이다. 아직 봄배구도 경험하지 못했다. 서울로 연고를 옮기고 이제 4년째. 새 지휘봉을 잡은 신영철 감독은 생각하는 배구로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탁월한 배구이론가이자 심리전문가인 신영철 감독이 가장 먼저 파고든 것은 선수들의 생각이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진다. 그런 다음에 기술이 들어가야 팀에 변화가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과 존중, 상호신뢰와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키워드다.

막바지 전력다지기에 한창인 우리카드 선수들은 요즘 ‘각도와 자세’라는 말에 가장 익숙하다. 훈련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을 받는 자세다. 유소년 배구에서 이미 익혔어야 할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우리카드는 기본에서 다시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로 공을 받도록 몸을 기억시키고 있다.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 끝나면 다양한 응용을 통해 연결의 정확도를 높일 생각이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공이 도망가지 않게 내 앞에 둬라. 잘하는 팀은 공이 코트 위에서 놀고 못하는 팀은 천방지축 날아다닌다”면서 감독은 열심히 선수들에게 각도와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 신영철 배구의 제1원칙=공을 내 몸 앞에 두고 각도를 생각하라

“운동화 끈을 매고 코트에 들어가면 투사로 변해라. 대신 개인생활은 철저히 존중하겠다”는 신 감독은 지난 여름 힘든 체력훈련 때 선수들에게 먼저 캐리비안베이로 함께 놀러가자고 제안할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지도자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수가 잘 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는 지도원칙을 믿는다. 대신 나태하고 발전을 거부하는 선수들에게는 자극도 준다. KOVO컵 때 나온 최홍석 관련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최근 두 사람은 맥주잔 한가득 소주를 따라서 마시며 가슴으로 뜨거운 대화를 했다.

이번 시즌 우리카드의 배구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공을 때리는 위치와 스파이크가 꽂히는 지점이다. 신 감독은 훈련 때 네트 상단에 배구공 하나 높이의 선을 설치했다. 모든 공격은 그 위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날개공격은 물론이고 속공도 마찬가지였다. 토종선수들의 블로킹 높이를 감안해 그 이상의 높이에서 공격수들이 엔드라인을 보고 길게 때리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타점잡고 때리는 공격’이다.

스피드가 중요한 속공도 마찬가지. 타점이 높아야 상대의 블로킹에 차단되지 않고 손목을 이용한 다양한 공격으로 각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 4개 포지션의 주인공이 바뀌는 대변화와 ‘싱킹 발리볼’

신영철 감독은 예측과 리듬을 통해 새로운 배구를 시도하려고 한다.

“좋은 리듬에서 좋은 서브가 나온다. 배구는 각도와 템포의 경기다. 공격할 때는 코트를 넓게 쓰고 수비할 때는 분석과 예측으로 상대가 코트의 3분의 2만 사용하도록 압박하면 유리해진다. 선수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공이 어떻게 오겠다고 예측하고 움직이는 센스를 갖춰야 한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6개 포지션 가운데 4자리가 새 얼굴로 바뀐다. 나경복~김정환~아가메즈~신동광이 주인공이다. 상대의 리시브를 견뎌줘야 할 김정환이 이번 시즌 팀의 운명을 짊어질 선수다. 감독은 김정환의 리시브 능력도 믿지만 대학시절 세터를 했던 경험으로 2단연결 능력이 빼어난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나경복은 한성정과 함께 우리카드의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다. 주전으로 고정시켜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이다.

주전 비주전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도 KOVO컵 4강 진출이 얻은 성과다. “선수들이 비시즌 때 준비해온 것이 많이 나와 선수 스스로가 변화의 효과를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진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했더니 더 잘하는구나하고 선수 스스로가 자각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영철 감독은 10월 1일 한국전력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신으뜸과 조근호를 보내고 윤봉우를 영입했다. 넘치는 윙스파이커를 정리했고 경험 많은 미들블로커 윤봉우가 높이보강과 함께 팀의 중심도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우상조가 허리 디스크로 전력에서 이탈해 당분간 활용할 미들블로커 요원이 3명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내년 1월이면 군 복무중인 박진우가 돌아온다.

사진제공|KOVO


● 기대주 나경복의 성장과 주장 유광우의 헌신

대표팀 차출로 함께 훈련한 기간이 적었던 나경복은 이번 시즌 신영철 감독과 새로운 배구인생을 열어야 한다. 감독은 훈련시간의 많은 부분을 나경복과 함께 보낸다. “힘으로 하는 우격다짐의 배구가 아닌 세련된 배구를 해야 한다. 골프로 치면 이제 쇼트게임을 잘 하는 비결을 훈련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카드의 시즌 운명은 달라질 유광우와 아가메즈의 호흡에서 결정될 것이다. 주장 유광우는 가장 먼저 변화를 선택했다. 베테랑 세터의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췄다. 신 감독은 “공격수 개개인의 능력에 맞춰 공을 올려라. 실패의 책임도 모두 세터가 진다. 어택커버는 공의 방향을 가장 잘 아는 세터가 먼저 콜하라”고 유광우에게 주문했다. 지난해 공격수와의 호흡에서 아쉬움이 컸던 유광우는 감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팀을 위한 헌신을 먼저 생각하라는 감독의 말뜻을 잘 안다.

우리카드 아가메즈(왼쪽). 사진제공|KOVO


● 두 얼굴의 사나이 아가메즈가 코트에서 투사로 변해준다면

시즌 성적의 중요 요소인 외국인선수 아가메즈의 능력은 KOVO컵에서 검증됐다. 서브능력과 블로킹에서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트라이아웃 때 당초 구상했던 타이스를 포기하고 결정을 바꾼 장점들이 확인됐다.

의문부호는 아직 정상이 아닌 몸 상태와 누구나 다 아는 성격이다. 다행히 외국인코치 마틴이 방파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9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을 때리기 시작해 시즌까지 준비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 시절 아가메즈가 유일하게 실력을 인정했던 유광우였다. 두 사람이 같은 팀에서 만드는 케미스트리가 궁금하다. 유광우의 더 정확해진 연결과 아가메즈의 높은 타점이 만나는 결과다. 신영철 감독은 “외국인선수도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의 문화를 존중해주면 된다. 아가메즈와는 말보다 가슴으로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는 아이 같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싸움닭으로 변하는 아가메즈의 투사같은 성격을 감독은 높게 평가했다.

“코트에서 신나고 재미있게 했으면 경기에 졌더라도 고개를 쳐들고 나와라.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 용감하게 하라”고 당부하는 신영철 감독은 새 시즌 65~70%의 승률(22승~25승)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3시즌 정규리그 1위 팀의 승수는 28승~25승~22승이었다. “우리는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 세터 유광우와 공격수들이 호흡이 2년째 접어들었고 나경복은 경험이 쌓이면서 더 좋아질 것이다”고 감독은 장담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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