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테스트 시설 中企에 공개… 댐-광역상수도 관리 노하우로 정부 ‘물 일원화 정책’ 적극 지원
올해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국제 물 주간 행사’가 열렸다.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가 한국수자원공사가 마련한 부스에서 현지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수자원공사가 과거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물 관리 분야의 혁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1967년 창사 이래 51년 동안 댐과 광역상수도 등을 관리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1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32개 기업이 각자의 물 산업 관련 기술을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테스트베드(시험환경)에 적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수자원공사는 국내 물 관리 공기업 최초로 전국의 댐과 수도시설 101곳, 연구 관련 인프라시설 10곳을 개방하는 ‘오픈 플랫폼’ 정책을 도입했다. 신기술이 있어도 기술을 검증하거나 실적을 쌓을 기회가 없는 중소기업에는 큰 기회인 셈이다.
물 산업 육성은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향한 첫걸음’의 한 축이다. 정부는 물 관련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 ‘물 관리 기술 발전 및 물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수자원공사는 물 산업의 해외 진출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인 아시아 최대 물 협의체 ‘아시아물위원회(AWC)’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한편 국내 유망 기업들과 ‘스마트 물 관리 시장개척단’을 구성해 올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주로 담당해 온 ‘물 확보’ 이외에 ‘수질 관리’ 분야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과거에는 홍수나 녹조 등 자연 현상에 따른 사후 대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댐과 보의 시설관리자로 수질 관리에 힘을 쏟기로 했다. 또 홍수와 가뭄 등 수해와 관련된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수집할 수자원 중형위성을 2025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4대강 보 개방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모니터링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처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강, 금강·영산강·섬진강, 낙동강 등 3개 권역별로 ‘상생협력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생협력위원회는 수자원 사업 진행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자문기구다. 광역과 지방상수도를 계획 수립 단계부터 통합 관리해 중복 투자를 막고 낭비 없는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달 20일 ‘통합 물 관리 실행추진단’ 발족식에서 “물 관리 전문기관으로서 4대강 사업의 여러 문제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깊이 반성한다”며 “24년 만에 이뤄진 물 관리 일원화를 계기로 국민을 위한 물 환경 조성과 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