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오른쪽 사진)와 그의 성폭행 미수 의혹을 제기한 크리스틴 포드 교수. 폴리티코 홈페이지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I never drank beer to the point of blacking out.”
영어에는 ‘frat boy vs choir boy’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교클럽(fraternity) 소년이냐, 성가대(choir) 소년이냐’는 말인데요. 전자는 주로 부유하고 자유분방한 사람, 후자는 신앙심이 깊고 사회의 규율을 잘 따르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캐버노 지명자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사람입니다. 그동안 그는 ‘성가대 소년’ 이미지가 강했는데 고교 시절 15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미 언론은 그를 두고 ‘프랫 보이’라고 자주 부르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셨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캐버노 지명자는 “맥주를 잘 마셨고 지금도 잘 마신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취중 성폭행 시도는 부인합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맥주를 마신 적은 없다”고 말이죠.
의혹을 제기한 포드 교수는 35년 전 일어난 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을 공개하는 것을 ‘come forward’라고 합니다. 공개하면 자신에게 별로 이득이 돌아오지 않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설 때 쓰는 말입니다. 의원들은 “왜 오래전에 일어난 일을 계속 침묵하고 있다가 지금 밝히기로 했느냐”고 묻습니다. 포드 교수는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겪은 심적 고통을 “달리는 기차 앞에 뛰어드는 것(jumping in front of a train)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일의 위험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고 속마음을 밝힙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구절로 꼽았습니다. 그녀가 정치적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성녀(聖女)가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거지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