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펭귄 연구자 이원영 박사 까치전문가로 익힌 기법 활용, 남극서 4년간 행동-생태 관찰 최근 ‘물속을 나는 새’ 책 출간… “소리 통한 의사소통 연구도 시작”
펭귄 행동생태 연구자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극지연구소 안에 전시된 아델리펭귄 옆에 섰다. 턱끈펭귄과 젠투펭귄을 연구해온 이 연구원은 올해 11월부터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도 연구할 계획이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이원영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펭귄 행동생태 연구자다. 극지연구소에 합류한 2014년부터 남극 세종기지 근처 펭귄 번식지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9월 말에는 4년간 남극 현장에서 보고 연구한 펭귄의 이야기를 담은 책 ‘물속을 나는 새’(사이언스북스)를 펴냈다. 이 책 이전에도 그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일기’를 통해 남극 이야기를 들려주던 ‘남극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해 왔다. 그를 지난달 14일 극지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가 잘 모르는 펭귄의 면모가 많아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펭귄을 물속을 나는 새로 표현한 이유도 그렇다. 그는 “마치 하늘을 날듯이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새인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몸길이 70cm에 불과한 젠투펭귄은 200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뒤뚱뒤뚱’이라는 부사로 묘사되던 육지에서의 둔한 모습은 펭귄의 진짜 모습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 까치 전문가였다. 6년 넘는 석·박사 과정 내내 까치의 행동과 생태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영장류 등 극히 일부 동물만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는 인식 능력이 까치에게도 있음을 증명한 2011년 연구가 유명하다. “서울대 내의 까치 40쌍을 6년 넘게 연구했는데, 저는 끝내 이 까치들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까치는 약 5만 명의 대학 상주인원 가운데 둥지를 직접 또는 카메라로 관찰하던 저를 용케 알아보더군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은, 정말 까치가 동네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기에 가능한 과학적인 설명이었던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까치를 연구하면서 익혔던 다양한 행동생태 연구기법을 동원해 펭귄을 연구한다. 펭귄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아 행동반경을 측정하기도 하고, 머리 뒤에 카메라를 설치해 크릴 등 먹이를 먹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한다. 동물에게 직접 ‘기록’을 시키는 이 기술은 ‘바이오로깅’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펭귄들이 내는 특유의 “왁! 왁!” 소리를 통해 의사소통도 연구하기 시작했다.
남극 연구의 최적기는 남극이 여름을 맞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다. 100여 명 규모의 연구단이 남극 세종기지를 방문한다. 이 선임연구원도 이 ‘하계대’의 일원으로 매년 약 두 달 남극에 간다. 올해 11월부터는 남극대륙 좀 더 안쪽까지 진출해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도 연구할 계획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