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소재 파악위해 자택방문중 압수… ‘재판거래’ 등 문건 보관 여부 촉각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0)의 대법원장 재임 시절 공용 컴퓨터의 문서 등을 그대로 옮겨놓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2개를 확보했다.
검찰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메모리처럼 양 전 대법원장의 USB메모리가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스모킹건’(결정적인 증거)이 될지 검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택 서재에 보관하던 USB메모리를 압수했다”고 1일 밝혔다. 차량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의 경기 성남시 자택을 전날 방문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퇴직하면서 가지고 나온 USB메모리가 서재에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제출받았다.
검찰은 현장에 있던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으로부터 진술서를 받는 등 동의를 얻은 만큼 향후 ‘위법한 증거 수집’으로 인한 증거 능력 배제 등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1일 변호인과 다시 통화해 압수행위의 위법성을 문제 삼을 생각이 없다는 답변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사돈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74)이 고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이다.
검찰 일각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추후 압수수색 영장이 재청구되면 발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미리 기각 사유를 만드는 예방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 있다. 재청구를 하더라도 법원이 ‘관련 증거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높다’는 사유로 기각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일제강점기 전범기업 피해자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연 의혹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 △공보관실 예산 전용 의혹 △일선 법관의 동향을 감시했다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해 7월 블랙리스트 혐의만 포함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벌여 재판 거래 의혹 등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동준 hungry@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