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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지사에 미군기지 반대 野후보 당선… 골치 아픈 아베

입력 | 2018-10-02 03:00:00

현밖 이전 주장 ‘美해군의 아들’… 자민당 총력지원한 후보 물리쳐
2022년까지 이전 목표 차질 전망




지난달 30일 치러진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지사 선거에서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오키나와 밖 이전을 주장한 다마키 데니(玉城デニ―·58·사진) 후보가 당선됐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지방과 중앙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가운데 야당들의 지원을 받은 다마키 당선자가 39만6632표를 얻어 집권 자민당의 지지를 받은 사키마 아쓰시(佐喜眞淳) 후보를 약 8만 표 차로 물리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중진뿐 아니라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수석 부간사장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패배했다. 지난달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연임 성공 이후 처음 실시된 광역 지방자치단체 선거인 이번 선거는 내년 봄 통일지방선거, 6월 참의원 선거의 시금석으로 평가돼 온 만큼 정국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의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하는 데 반대하며 아베 정권과 각을 세워 온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전 지사가 8월 8일 췌장암으로 사망한 데 따라 치러졌다. 다마키 당선자는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오나가 전 지사의 유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혀 헤노코 이전을 둘러싼 갈등 장기화를 예고했다.

다마키 당선자는 탤런트 출신으로, 아버지는 미 해군 병사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아버지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자유당 간사장을 맡았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의 역사는 길고도 복잡하다. 1995년 주일미군에 의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지 철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듬해 미국과 일본은 후텐마 비행장을 반환하는 대신에 헤노코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주민들은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라”며 반대 운동을 벌여나갔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은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밖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2010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1년 만에 이 공약을 철회하고 헤노코로 이전한다는 미일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12년 말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다시 헤노코 이전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2014년 이전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오나가 전 지사가 당선돼 직전 지사가 승인한 헤노코 연안부 매립 승인을 취소하면서 정부와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현재 일본 정부는 헤노코 해안 매립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전 계획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2022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집권여당인 공명당의 한 간부는 1일 아사히신문에 “개헌에 몰두할 상황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참의원 선거에서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