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논평에서 “종전(終戰)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꿔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며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이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신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핵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한 궤변들이 나온다”며 미국의 ‘선(先)비핵화’ 요구를 비난했다.
북한이 뭔가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할 땐 그 뭔가에 ‘플러스알파(+α)’까지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종전선언은 받아낸 것이나 다름없으니 내친김에 대북제재 완화 같은 추가적 양보까지 받아내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가장 기초적이고 선차적인 공정’이라고 규정하며 “60년 전에 취했어야 할 조치를 두고 이제 와서 대가를 요구하는 광대극을 놀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종전선언에 더해 추가 상응조치를 얻겠다는 수법임을 보여준다.
북한이 이처럼 요구 수위를 높이는 것은 남북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유화적 자세로 전환하면서 멈췄던 북-미 대화가 복원되고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우리 정부까지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한층 기고만장해진 분위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국회에서 “북핵 신고가 이뤄지기 전까지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해줘야 한다”고까지 밝혔다. 이러니 북한이 더욱 기세등등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충분한 실무협상 없이 고위회담으로 직행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학습효과다. 특히 11·6 중간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자칫 양보로 비칠 수 있는 대외적 행보를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화를 촉진한답시고 한쪽을 거드는 것은 오해만 살 뿐 북-미 관계 진전에 도움이 안 된다.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 만큼 이젠 말을 아끼고 차분히 지켜보는 게 차라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