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업무추진비 폭로’ 공방]沈의원-金부총리 대정부질문 충돌

2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원과 취재진의 이목이 두툼한 서류뭉치와 함께 단상에 선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에게 쏠렸다.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에 휩싸인 심 의원은 “국민 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며 질의에 앞서 접속을 시연하는 영상을 틀었다.
영상 속에서 심 의원은 국회 컴퓨터에 깔려 있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dBrain)을 통해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으로 들어간 후 백스페이스키를 눌러 ‘재정집행 실적’ 항목으로 들어갔다.
―봐서는 안 된다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정부의 정보관리 실패다.(심 의원)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우연히 들어갔다고 해도 다운로드를 100만 건 이상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김 부총리)
―업무추진비 카드는 평일 밤 11시 이후와 주말에는 못 쓰게 돼 있다. 그런데 청와대 직원들은 밤 11시 이후에 231번, 공휴일과 주말에 1611번, 술집에서 236번이나 썼다.(심 의원)
“원칙적으로는 금지지만 업무 관련성이 소명되면 문제가 없다. 가게 이름이 술집 같은 밥집도 있는데 국민을 오해하게 하는 건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의원님께서 국회 보직을 하실 때 주말에 쓰신 것과 같은 기준으로 봐 달라.”(김 부총리)
“아니다. 업무추진비로 쓰신 것이다. 업무추진비였다. 해외출장 중 (국내에서) 유류비를 쓰신 것과 같은 기준으로 저희가 (자료를) 다 갖고 있다.”(김 부총리)
―잘못됐으면 공개하라.(심 의원)
심 의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수사 결과가 어떨지 안 봐도 알 것 같다”고 하자 김 부총리는 “사법 당국에 대한 심각한 모욕의 우려가 있는 말씀”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설전이 40분 동안 이어지는 내내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김 부총리가 인쇄물을 보이며 시스템 접속 단계를 설명하자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기밀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 부총리가 답변할 때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질의시간이 끝난 뒤에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심 의원이 재차 “하실 말씀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시간만 있으면 다 하고 싶다”고 맞받아쳤다.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잘했다”며 김 부총리를 격려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통로에서 심 의원을 격려했다.
충돌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정회 후 심 의원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뻔뻔하게 시연한 행태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당 유재중 의원은 “청와대는 지난해 이전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비밀 표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한심스러운 일”이라고 공격했다.
홍정수 hong@donga.com ·장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