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가치 높여 상응하는 최대치 비핵화 확보 전략” 최근 美조야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 사뭇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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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전략 중 하나로 ‘침묵’이 있다. 상대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이에 대해 다투지 않고 함구하는 것이다. 침묵을 못 견디는 쪽이 움찔해 제안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북미 간 ‘비핵화-체제보장’ 협상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입구격인 종전선언이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미국이 사용하는 전략이 이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일절 함구하고 있다.
올해 북미 협상 국면에서 미국 측에서 종전선언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북한과) 회담할 계획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축복한다”고 말해 종전논의에 지지 입장을 내비쳤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종전선언’ 말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전선언 수용 조건을 밝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 자체를 쓰지 않는 것.
북미회담을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이 회담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협상)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CBS에는 “어떻게 귀결될지 예단하길 원하지 않는다”, “진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발언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해제를 단 한 번도 언급한 바 없다”며 “최종합의 전까지 함구함으로써 종전선언 가치를 높여 상응하는 비핵화 최대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전엔 백악관 내부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가 별로 없었고, 여름으로 넘어오면서 기류가 점차 바뀌었다면서 “최근에는 내부 입장 정리를 거쳐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카드로 간주하며 함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기꺼이 종전선언을 채택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북한이 무엇을 양보할 것이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켄 고스 미 CNA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은 동창리 엔진 실험장과 영변 핵시설의 해체에 대해 합의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대한 대가로 종전선언을 포함한 몇 가지 상호 조치들에 동의할 것이다”며 회담 결과를 낙관했다.
게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협상 진전을 위해 북미가 서로 양보할 것”이라며 종전선언, 남북경협과 관련된 대북제재 완화 등을 미국이 택할 수 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유관국과 전문가 감시 하에 영원히 폐쇄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조미(북미)가 6·12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수립을 지향해 나가는 때에 교전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