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협상 재개]폼페이오 7일 4차 방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올해 2번째로 평양을 찾은 5월 9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급물살 타는 비핵화 협상, ‘빅딜’ 기대감
북한은 물밑 접촉에서 사전 신뢰 조치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에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겨냥한 ICBM부터 검증 가능한 폐기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남북은 지난달 평양 남북공동선언에서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동창리 엔진시험장 등의 폐기를 합의한 상황. 이와 관련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에 대해 보상조치를 약속하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등의 폐기 및 사찰 수용은 상응하는 보상 없이 이행할 수 있다는 뜻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종전선언과 함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완료하면 ‘미래 핵’에는 불가역적인 폐기가 이뤄지는 만큼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등 ‘현재 핵’을 폐기하려면 먼저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美 “FFVD까지 대북제재 완화 없다”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6일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 이전에 열릴 가능성을 열어놨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으로 김정은과의 만남을 앞당길 만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나면 거기서 북-미 정상이 종전선언과 비핵화 진전 문제에 대해 공통된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그 뒤 어느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난 뒤에 오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10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11월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12월 김정은의 서울 답방으로 이어지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제재 외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도 완전히 유효하다”며 “우리 입장은 한 점(one bit)도 변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청와대가 조기 종전선언 채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서도 북-미가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에 제안한 추가 비핵화 조치 카드가 예상을 밑돌았다는 지적도 있다”며 “10월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희망적인 얘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