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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건의해 규제 8건 풀었더니 관료들 다시 규제할 방안 찾고 있더라”

입력 | 2018-10-04 03:00:00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바이오산업 골든타임 길어야 5년, 부처마다 딴말… 컨트롤타워 필요”




“한국 바이오산업의 골든타임이 길게 잡아도 5년밖에 안 남았습니다. 산업을 키울 종합적인 안목을 가진 컨트롤타워 없이는 골든타임 내 제대로 성장하기 힘듭니다.”

지난달 17일 경기 성남시에서 만난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66·마크로젠 회장·사진)은 정부의 바이오산업 규제와 관련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1997년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을 설립했다.

서 회장은 3∼5년 안에 한국 바이오산업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바이오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마치고 한국 시장을 포함해 전 세계 시장에 무차별로 뛰어들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수년 전부터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주무 부처가 따로 없이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가 쪼개서 맡고 있다. 서 회장은 “규제를 풀어 달라고 하면 어느 부처에선 ‘해보겠다’라고 하지만 다른 부처에선 ‘안 된다’고 한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정부 당국자로부터 ‘청와대 가서 깨졌다.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를 그만 좀 지적하라’는 면박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기회를 잡으려면 ‘유연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바이오협회가 규제 9건을 풀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사례를 들었다. 건의한 규제 중 8건이 해결됐지만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관계자가 나중에 “관료들이 규제가 풀린 8개를 다시 규제할 방안을 찾고 있더라”고 귀띔했다는 것이다.

유연한 정부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에서도 비의료기관이 직접 고객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안(DTC·Direct To Customer)에 대해 반발이 많았다. 미국 정부는 이런 반발 때문에 사업을 못 하게 한 게 아니라 비의료기관이 아닌 실험실에서 ‘연구용’ 유전자 검사를 하도록 허가했다.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서 회장은 “고령인구의 증가로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고 고용 창출 면에서도 ‘효자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경영하는 마크로젠은 임직원이 400명 규모로 매년 70∼8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고용하고 있다. 서 회장은 “여기서 일을 배운 많은 청년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러 퇴사한다”며 “성장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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