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원국(211개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206개국), 유엔(UN·193개국)보다 많다.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남북중일 4개국의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는 한반도의 분단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지역이다. 동북아도 유럽연합(EU)처럼 안보·경제 공동체로 나아가야 하고 축구 같은 스포츠 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일단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반면 축구 부흥 프로젝트인 ‘축구 굴기(굴起·우뚝 일어섬)’를 추진 중인 중국은 2030년 월드컵 단독 개최를,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은 2046년 월드컵 단독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 러시아 월드컵(유럽)-2022 카타르 월드컵(아시아)에 이은 2026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선 유럽(UEFA)과 아시아(AFC)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대륙 중 미국-캐나다-멕시코(CONCACAF·북중미)가 모로코(CAF·아프리카)를 제치고 선정됐다. FIFA 대륙별 6개 축구협회연합체의 나머지 2개는 남미(CONMEBOL)와 오세아니아(OFC)다.
그런데도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이 2030년 월드컵 유치를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고 했다. FIFA는 1단계(자격 있는 4개 대륙 유치 경쟁)에서 개최국 확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2단계(직전 2개 대회 개최 대륙 포함)에서 선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뒀다. 따라서 한국 및 중국의 2030년 월드컵 유치는 가능성이 매우 낮을 뿐이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은 일찌감치 2030년 대회 유치 단계부터 FIFA 수뇌부와 회원국들에 강력한 개최 의지를 피력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개최권을 따내겠다는 게 복안(腹案)인 듯하다.
지구촌 축구 붐 확산을 위해 FIFA는 월드컵 본선 진입 장벽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48개국(종전 32개국)으로 대폭 늘려, 16개 도시에서 총 80경기(종전 64경기)가 열리게 됐다.
‘월드컵은 어느 한 나라의 축구 발전보다는 그 주변 지역의 동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FIFA는 단독 개최보다는 공동 개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2030년 월드컵 유치전(戰)부터는 대륙별 연합 간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대륙들이 연합팀으로 나온다면, 제아무리 거대시장을 가진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이라도 단독 개최를 장담할 수는 없을 듯하다. 물론 중국과 일본이 현재로선 아쉬울 것도, 급할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미래에 펼쳐질 유치전 판도에 따라 ‘동북아 평화 카드’에 관심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2002년 월드컵 유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일본보다 5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승산은 희박했다. 그런데 표심은 점차 한국 쪽으로 기울었고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FIFA는 전격적으로 중재안(공동 개최)을 제시했다. 월드컵 최초의 공동 개최 및 아시아대륙 최초인 2002 한일 월드컵은 그렇게 성사됐다. ‘남북중일 월드컵’은 FIFA가 언젠가는 써먹을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까.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