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가보니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1일부터 도입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통제실의 폐쇄회로(CC)TV 시스템. 이 병원에서는 환자나 가족이 동의하면 수술 과정을 CCTV로 촬영한다. 안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지난달 30일 경기 안성시 당왕동에 있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1층. 사다리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은 남편의 다리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이계숙 씨(63)에게 다음 날 수술 과정 폐쇄회로(CC)TV 촬영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과 질문이 이어졌다.
이 씨는 “의료진은 의료사고 예방 및 환자의 알 권리 등을 위해 가족들의 동의를 받고 수술 과정을 촬영한다고 하더라. 환자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1일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수술하는 환자나 환자 가족이 동의하면 수술 과정을 CCTV로 촬영하고 있다. 대리수술 등 최근 잇따라 불거진 밀폐된 수술실 공간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인권 침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경기도는 연말까지 안성병원 수술실 CCTV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경기의료원 6개 병원(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안성 포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병원에서 1일 치질 수술을 받고 4층 입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양모 씨(52·여)는 “20년 전 가슴에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을 당시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의사와 간호사들이 ‘만약 째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해 너무 무서웠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모를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CCTV 촬영에 동의했다”고 했다.
한 달 평균 150여 건의 수술을 하고 있는 안성병원에서는 수술 전 ‘수술 및 마취동의서’ 외에 ‘수술실 CCTV 녹화 동의서’까지 받고 있다. 안성병원은 경기도청 산하 지역공공거점 병원으로 4월 신축 개원하면서 5개의 수술실에 CCTV 1개씩을 설치했다. 2일까지 수술을 받은 16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촬영에 동의했다. 촬영한 영상은 30일 동안 보관하고 당사자나 의료분쟁 때 법원이 요구하면 영상을 제공한다.
김용숙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환자가 동의할 때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계획이며 정보보호 관리 책임자를 선임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도민의 절대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며 계획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기도가 지난달 하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도민들에게 찬반 여부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91%가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에 찬성했다.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도 45%에 달했다. 반면 반대 의견은 7%에 불과했다. 93%는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이 의료사고 분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한의사협회에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경기도는 최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환자·소비자단체 등에 12일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 운영에 따른 토론회 개최 안내 및 참석 요청’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경기도의 토론회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할 방침이다.
안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