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자유학기제 올 2학기부터 전국서 시행
한 학생이 동물매개 수업 시간에 치료도우미견을 직접 만져보고 있다(위 사진). 나주이화학교에선 가상현실(VR) 안경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선진학교·나주이화학교 제공
지적 장애학생들이 공부하는 경기 안산시 한국선진학교의 박주연 교사는 ‘동물매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박 교사는 지난해 4, 5월 외부 강사를 초빙해 동물매개 수업을 진행했다. 교실에 들어선 치료도우미견을 보자 중3 학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학생들은 개를 쓰다듬고 간식을 주면서 “앉아”와 같은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나중에는 직접 줄을 잡고 개와 산책에 나섰다. 이 학교에서 처음 시도한 수업이었다.
박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지 않고 일어나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 자해를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종종 있다”며 “동물매개 수업 때는 그런 일이 전혀 없어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런 수업이 가능한 것은 자유학기제 덕분이다. 중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전국 164개 특수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란 진로탐색, 예술, 체육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강화해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학기를 뜻한다. 현재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특수학교에까지 이를 확대한 것이다.
장애학생은 장애유형과 몸의 불편함 정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비장애 학교의 자유학기제와는 활동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비장애 학교에선 전문 요리사가 되기 위한 요리 체험활동을 한다면 특수학교에선 진로보다는 가정에서 스스로 요리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자유학기제는 딱딱한 수업 일변도의 교실을 흥미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전남 나주이화학교에서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한 직업교육 및 체험활동을 한다. 장애학생들이 물리적으로 체험 공간에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이 카페로 직업체험을 가야 한다면 VR를 통해 실제 카페에 간 것처럼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다. VR 체험을 한 학생들은 카페를 낯설지 않은 공간으로 여기게 된다. 불이 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VR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김동인 나주이화학교 교사는 “예전엔 일방적으로 자료를 주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공간’을 주는 셈”이라며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어떤 학생은 음료를 마시는 모습에 흥미를 느끼는 등 저마다 다양한 관심을 나타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수학교에 자유학기제가 꼭 필요한 이유다. 서울 한빛맹학교에서는 지난해 2학기 촉각을 통해 정보를 얻는 ‘손으로 만져요’ 수업을 수학과 과학 교사가 함께 진행했다.
학생들은 시계와 형광등, 옷걸이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사물 속 도형을 알아보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비눗방울, 구름, 번개 등의 모양을 탐구했다. 친구 얼굴을 만져보기도 하고, 내 몸의 뼈를 만져보며 그 모양을 탐구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그동안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다루지 못한 내용들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 역시 국어나 수학 등 교육과정상 수업 시수를 따라야 해 학생들의 수업 흥미도가 낮은 경우가 많았다”며 “자유학기제를 통해 두 과목 선생님이 함께 만드는 융합수업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교사들은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활성화하려면 그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선진학교에선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자 올해부터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연간 운영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발굴해야 하는 점은 교육당국의 숙제다. 현재 비장애 학생의 체험처는 1964곳인 데 비해 장애학생 맞춤 교외 체험처는 113곳에 불과하다.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관계자는 “더 많은 체험처가 개별 학교 프로그램과 연결돼야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