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장편 ‘도깨비와 춤을’ 발표한 한승원 작가
한승원 작가의 ‘도깨비와 춤을’엔 러시아 바이칼 호수 등 전 세계 여행지가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한 소설가는 이번 추석에도 흑해가 있는 동유럽 크림반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인생은 허무하지만 여행은 우리를 거듭나게 하고 자기를 성찰하게 한다”고 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그의 소설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두 인물, 남해에 사는 한승원과 장흥에 사는 한승원이 등장한다. 실제로 한 작가는 1997년부터 전남 장흥의 작업실 ‘해산토굴’에서 지내왔다. 가상 인물인 남해 한승원은 이전에 발표한 그의 시와 소설을 줄줄 외우며 나이, 이름, 생일까지 동일하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늘그막에 과천에서 그린 자화상의 화제(畵題)를 보면 자화상 그리는 행위가 결국 자기 참모습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나이면서 나 아니고, 나 아니라고 해도 나’라는 것이죠. 장흥 한승원은 남해 한승원을 경멸하지만, 결국 자기 치부를 드러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관계가 됩니다.”
소설 속 남해 한승원은 부인과 사별한 뒤 다가올 죽음만 기다리며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그러다 자기 속에서 피어나는 ‘광기의 화신’ 도깨비를 만난다. “왜 신은 열일곱 소년의 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란 이탈리아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말에서 ‘소년’과 연결되는 도깨비는 곧 ‘자존감’을 나타낸다.
“소설에도 썼지만, 공작은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서 항문을 드러내지요. 찰리 채플린도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나를 희화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나의 아픈 실존을 드러내서 더 확실하게 파악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적, 철학적,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화학자들은 ‘신화가 진리 그 자체일 순 없지만, 진리를 낳는 자궁은 된다’고 말하거든요. 내 소설이나 ‘채식주의자’ 같은 강이(딸 한강) 소설엔 신화적인 측면이 있지요.”
소설 ‘도깨비와…’는 한 작가가 어느 대학교에서 ‘노인과 문학’을 주제로 진행한 발표가 계기였다. 차기 작에 대해 그는 “앞으로도 내 삶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 생각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제 목표는 소설을 쓰는 한 살아 있고, 살아 있는 한 글을 쓴다는 말을 실천하는 것이에요. 작가적인 생명, 생물학적인 생명은 두 개의 수레바퀴입니다. 자식들이 다 예술의 길을 가고 있는데, 그들에게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모범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