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로움’의 곡물패티버거와 두유라테. 임선영 작가 제공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우리나라에도 채식 베이커리, 카페가 열풍이다. 서울 홍익대 부근과 이태원에 하나둘 생긴다 싶더니 체인점으로 발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온라인 마켓도 성황이다. 인기의 중심에 있는 채식버거는 무엇으로 만들까. 밀빵 대신 쌀가루로 번을 굽고 육고기 대신 콩고기로 패티를 만든다. 치즈는 코코넛오일이나 캐슈넛오일로 만들어진다.
밀가루와 고기가 빠진 버거가 과연 맛있을까. 콩고기버거를 두 손에 감싼 후 불신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쌀빵은 폭신하니 개운하게 녹았고 잎채소와 토마토, 아보카도와 양파는 입안의 침샘을 상큼하게 터뜨렸다. 그 안에 뛰어든 숯불향 콩고기. 언양 불고기 못지않은 감칠맛이 아닌가. 이게 끝이 아니다. 쫀득하게 녹아든 비건치즈는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곁들이는 커피에도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진하게 추출된 에스프레소에 소이밀크, 아몬드밀크, 오트밀크가 더해져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배가된다. 소화가 잘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많은 채식 카페와 베이커리 3곳이 있다. ‘야미요밀’에서는 50여 가지의 쌀빵이 만들어지며 비건 디저트 종류도 다양하다. 식사로 좋은 숯불구이버거는 콩고기가 푸짐해서 하루 종일 든든하다. ‘소이로움’은 모녀가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곡물패티버거가 으뜸이다. 서리태를 곱게 다져 떡갈비 반죽하듯 정갈하게 굽는다. 통밀번이 기본인데 1000원을 더 내면 글루텐 프리 현미번으로 바꿀 수 있다. 콜롬비아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남미플랜트랩’은 콩고기와 비건햄을 넣은 수제 피자가 일품. 병아리콩과 토마토소스를 잘 활용한 칼초네와 파스타도 일류 레스토랑의 풍미를 뛰어넘는다.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야미요밀: 서울 마포구 양화로 7길 6-5. 런치세트(숯불구이버거, GMO 프리 감자튀김, 수제청에이드) 7800원, 두유라테 4500원
○ 소이로움: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41. 곡물패티버거 1만 원, 포두부볶음국수 9000원, 보리커피 3500원
○ 남미플랜트랩: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4안길 55. 남미버거칼초네 1만3000원, 비건치즈 야채피자 1만1000원, 남미토마토파스타 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