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올리는 건 아마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할 거예요. 옛날엔 미국 금리가 이 정도 오르면 국내 외화가 다 빠져나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생각보다 환율이 안 오르고 있고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얘깁니다. 부동산은 (원달러)환율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K공인중개소 K대표)
4일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에 대해 K대표는 “집값이 이미 상승한 상태에선 환율이 굉장히 많이 올라야 (집값에) 영향을 줄 텐데 지금 상황으론 그럴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달러 강세)하면 환차손 우려로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부동산 시장도 그 직격탄을 맞을 수 있지만 금리와 원달러 환율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약해 한은이 10월이나 11월 금리를 올려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올려도 달러 약세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대표는 특히 “지금은 집값이 ‘오르는 시장’이라 이자가 조금 오른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을 팔진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많이 올리겠다거나 꾸준히 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이번 발언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대표는 여의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여기는 본인의 1주택을 처분하고 갈아타겠다는 문의가 많아 대출과는 관련이 없다“며 ”대출을 끼고 사는 사람들도 은행권에서 ‘갈아타기 대출’은 승인해주기 때문에 고정금리로 갈아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투기꾼이 아니라 서민들을 괴롭히는 정책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관악구 봉천동 B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장에서는 정부 대책을 두고 ‘서민들 잡는 대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강남과 송파 등 몇몇 군데 빼고는 다 대출 받아서 겨우 집 장만하는 지역들인데 금리 올리면 강남 투기수요는 못 잡고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이라며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도봉구 쌍문동 K공인중개소 대표는 ”솔직히 이런 동네는 70~80%가 실수요자들이라 매매든 전세든 대출을 받는데 지금도 대출이 잘 안 돼 집을 못 사고 있다“며 ”강남 사람들이나 투자자들이야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신경 안 쓰겠지만 이쪽 동네 사람들만 살기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노원구 상계동 G공인중개소 대표도 ”어차피 이쪽은 투기지역이라서 애초에 대출을 많이 못 받아 영향을 크게 끼칠 것 같지 않다“면서도 ”있는 사람들은 금리에 크게 민감할 것 같진 않지만 사실 대출 받아서 들어가야 하는 실수요자들만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용산구 이촌동 Y공인중개소 E대표는 기준금리 인상이 치솟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서민이든 투자자든 일단 금리가 오르거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원활하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서민들은 더 집사기 어려워지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금융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충능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지속해 나가는 등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한 때“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