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비하 말아달라” 학교측 “일원화=통합 아냐, 통합 불가능”…학교·학생 면담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갈무리)© News1
“왜 신촌캠퍼스가 원주캠퍼스 문제를 떠맡아야 하죠?”
“원주캠퍼스 학우를 비하하지 마세요. 인격 모독은 자제해주세요.”
연세대학교 혁신방안으로 ‘신촌캠퍼스(본교)-원주캠퍼스(분교) 이원화’가 제시되면서 촉발된 ‘연세대 통합논란’이 급기야 ‘학생 간 비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일 교육부가 공개한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원주캠퍼스가 ‘역량강화대학’ 명단에 올라 정원 10%를 감축해야 하는 위기에 놓이자 ‘신촌-원주캠퍼스 이원화’가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거론됐다.
◇‘도둑놈 심보’ ‘가짜 연세대’…학생 갈등으로 번진 논란
‘통합’에 대한 반발은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원주캠퍼스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알려지면서 ‘학생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했다.
김 총장은 지난달 27일 “모두 하나가 된 연세가 위기를 합심해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Δ본교-분교체제에서 ‘one university, multi-campus’(하나의 대학, 복수 캠퍼스)로 전환 Δ원주캠퍼스 명칭 변경 Δ강의 및 연구교류 활성화 촉진 등을 제안했다.
학생들은 본교-분교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대목을 ‘통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 재학생은 인터넷 익명게시판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서 “신촌 학생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더니 결국 통합하겠다는 것이냐”며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아무런 의견수렴 없이 모두가 반대하는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통합’에 대한 반발은 학생들끼리 서로를 비난하는 ‘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한 학생은 대나무숲에 “솔직히 신촌캠 학생과 원주캠 학생이 고등학교 때 들인 노력과 성과 자체가 다르다”며 “남이 더 고생해서 얻은 결과물을 날름 물어가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도 “쟤네(원주캠퍼스 학생)는 우리만큼의 노력도 없이 똑같은 결과를 날로 먹으려는 도둑놈 심보”라며 “가짜 연세대라는 낙인이 싫으면 원주캠을 가지 말던가”라고 비난했다.
원주캠퍼스 학생이라고 밝힌 한 재학생은 대나무숲에 “총장님이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 (원주캠퍼스 학생들은) 이원화는 상상도 한 적이 없다”며 “안 그래도 가짜 연세대라는 사회적 낙인에 상처받는 원주캠 학생들이 많은데, 터무니없는 비하는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연세대 “이원화=통합 아냐”…학교-학생 면담 예정
계속되는 통합논란에 대해 신현윤 원주혁신위원장은 “캠퍼스 이원화 방안은 절대 ‘통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캠퍼스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아이디어인데 학교의 혁신방안을 오해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뉴스1> 과의 통화에서 “이원화의 핵심은 그동안 단절됐던 본교-분교의 교류협력을 촉진해 원주캠퍼스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신촌캠퍼스에서 강의하는 교수가 원주캠퍼스에서도 강의하고, 학생들도 두 캠퍼스를 오가며 서로 없는 전공도 배울 수 있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학생들은 이를 ‘통합’으로 오해하고 서로 비난하는 모습까지 보여 안타깝다”며 “통합은 불가능하고, 절대 통합을 추진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학생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혁신방안’이라는 비판에 대해 “아직 아이디어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원주캠퍼스 학생들과 만나 학생 대토론회를 열고 캠퍼스 이원화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신촌캠퍼스 학생들도 학교와 면담을 갖는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만간 학교 관계부처와 캠퍼스 통합에 대한 면담이 예정돼있다”며 “학우 의견을 올려주면 학교에 전달하겠다”고 공지했다.
비대위는 이번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홍성현 비대위원장은 “현재 통합논란 때문에 매우 민감한 상태”라며 “면담이 끝나는 대로 결과를 공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