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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가 풀렸다니?”…전문가들 암벽등반 부장검사 추락사 ‘의문’ 제기

입력 | 2018-10-04 17:17:00

“전문 산악인 매듭 풀리는 경우 드물어, 나무에 매듭도 의문”



도봉산 바윗길 ‘배추흰나비의 추억’ 하강 지점에서 하강용 로프를 설치하는 한 산악인. 이 사진은 해당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 News1


현직 부장검사가 도봉산에서 암벽 등반하던 중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조사 중인 가운데 로프의 매듭이 풀렸다는 정황에 대해 전문 산악인들은 드문 사례라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4일 의정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께 도봉산 선인봉(708m) 정상 인근 암벽에서 등반을 마치고 하강하던 서울동부지검 전모(56·사법연수원 24기) 부장검사가 추락했다.

사고 직후 전 부장검사는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소방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유족에게 부검으로 정확한 사인을 밝힐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유족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장검사는 사고 당일 이른 오전 전문 산악인 등으로 구성된 동료들과 암벽 등반에 나서 정상까지 오른 다음 하강하던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선인봉은 암벽 등반을 통해서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들이 등반한 암벽등반루트는 중급 난이도의 ‘선인봉 남측길’. 이 길은 1940년에 산악인들에 의해 개척된 고전적인 바윗길로 유명하며 서울시내가 훤히 보이고 경관이 훌륭해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전 부장검사는 평소 암벽 등반과 사이클 등을 십수년 넘게 해온 베테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인봉을 암벽 등반할 수준의 전문 산악인이 매듭 지었으면 로프가 풀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산악인들의 중론이다.

하강을 위한 로프 설치는 선등자 수준의 베테랑 산악인이 보편적인 방법으로 매듭을 손보고 퀵드로로 고정하기 때문에 로프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풀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경찰은 ‘로프가 끊어지진 않았고 풀려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부장검사와 등반한 일행으로부터 “나무에 묶은 로프가 풀리면서 추락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사고 지점을 현장조사하고 있다.

산악인들은 특히 유명한 바윗길인 만큼 하강 포인트에 강철 앵커가 바위에 박혀 있었을 텐데 어째서 나무에 로프를 묶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30년 경력의 산악인 A씨는 “암벽 등반할 때 바위보다 위험한 것이 나무다. 부러진 가지에 찔릴 수 있고 썩은 나무에 몸을 의지하면 부러지면서 몸의 균형을 잃고 실족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자연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암벽 위의 나무에 로프를 묶거나 밟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강할 때 대개 로프 2동을 하강기에 끼워 내려가는데 베테랑들은 1동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부주의했을 경우 종종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당시 누가 로프 매듭을 손봤고, 하강 순서와 하강 장비에 이상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의정부=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