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 앞두고 ‘흑역사’ 재조명 1991년 상 받은 아웅산 수지, 로힝야족 인종청소 책임론 시끌 키신저, 베트남 폭격 설계자 논란… 아라파트는 테러리스트 지적도 오바마, 수상뒤 핵감축 진전 못시켜… 미투-난민구호 단체 올 유력 후보 “트럼프-문재인 대통령은 시기상조”
헤이켄스텐 총장의 말처럼 노벨 평화상이 논란에 휩싸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분히 추상적인 ‘평화’라는 개념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관점이 충돌하는 데다 이로 인해 수상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때마다 노벨 평화상은 ‘무용론’에 휩싸이곤 했다.
○ ‘전범(戰犯) 수상’부터 ‘언행 불일치’까지
1994년 ‘오슬로협정’을 체결한 공로로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 시몬 페레스 외교장관과 함께 평화상을 받았던 야세르 아라파트 당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도 비슷한 사례다. 그를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위해 싸운 인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폭력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한 ‘테러리스트’라는 시각이 강했던 것이다. 당시에도 노르웨이노벨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 아라파트의 수상에 반대하며 사표를 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9개월 만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핵 없는 세상’이란 비전을 세상에 던졌다는 것이 주요 수상 이유였으나 8년 임기 동안 핵 감축과 관련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말만 앞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 본인도 “나도 솔직히 내가 왜 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질 정도다.
○ ‘미투 운동’ 노벨 평화상도 휩쓸까
리처드 에번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역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노벨 평화상은 처음엔 국제조약을 체결하는 협상가들에게 초점을 맞췄지만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인류 진보와 인권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변신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베팅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수상을 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한다. 댄 스미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장은 3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한반도 대화 국면은 올해 가장 드라마틱했던 장면이었다”면서도 “올해 수상 사유가 되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