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이란 원유수출 차단 2차 제재… 공급부족 우려에 유가 연일 올라 기업 부담 커지고 가계소비 위축… 중간선거前 가격안정 발등의 불 트럼프, 사우디 국왕에 증산 요청 美지원중단에 팔 국제기구 감원, 반발 직원들 항의시위… 혼란 가중
②유엔은 1일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외국인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지난달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직원 250여 명 정리해고 계획을 밝힌 이후 현지에서 항의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진행형인 두 사건의 발단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국제유가 상승세의 시발점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이고,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을 위해 파견된 인력이 도리어 분노의 대상이 된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자금 지원 중단이 원인이다. 사실상 트럼프발 혼란인 셈이다.
미국은 다음 달 4일부터 이란산 원유 및 에너지 관련 거래를 막는 대이란 2차 경제제재를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 수출을 ‘0’으로 만들어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이란의 생산 및 수출량 감소분만큼 석유를 뽑아내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들의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非)OPEC 산유국들은 지난달 23일 알제리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미국이 요구한 증산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이란 경제제재의 화살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꼴이 되자 바빠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사우디 국영방송 SP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증산을 강하게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유엔총회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OPEC와 회원국들이 다른 나라들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이 끔찍한 가격을 더 오래 참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 “미국 자금 지원 중단으로 생명 위협”
팔레스타인 내 혼란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괴롭히는 이슈 중 하나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는 UNRWA가 현지 직원 250여 명을 정리해고하고, 500여 개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히자 일자리 삭감 항의 시위가 격해지고 있다. 시위 때마다 수천 명이 참가하고 있다.
UNRWA는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에 있는 40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교육, 보건, 복지 등을 지원하는 유엔 산하기관이다. 미국은 매년 UNRWA에 2500만 달러(약 281억 원)를 지원해 왔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자금 지원 중단을 전격 결정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의 가자지구 상황이 치명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 문제다. WHO는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심장 수술이나 신생아 집중치료, 아동 투석 등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조차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