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경제단체, 경제연구소 관계자들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금융 불균형’은 소득보다 더 빨리 증가하는 가계부채, 부동산으로 쏠리는 시중 자금 문제 등을 뜻하는 것으로 금리 인상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장 큰 배경은 역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잠복한 15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다. 지난달 말 미국이 또 한 차례 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아직은 신흥국들에서처럼 미국의 높은 금리를 좇아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 불안 요소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금리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참고사항인 물가는 2% 이내로 안정돼 있어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금리가 오르면 침체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데 이는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금리 관련 발언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집값이 급등했고 이는 한은의 저금리 기조 탓이라는 취지였다.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지만 이런 외부 압력에 눌려 한은이 금리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집값 문제는 경제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정치적 문제에 더 가깝다. 금리를 올리면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만큼 전국적인 경기침체, 고용악화 등의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